최근 원·달러 환율이 1380원을 넘겨 1390원 가까이 치솟는 등 금융위기 때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자 대통령,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의 ‘구두개입성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① “외환시장 쏠림을 당국이 예의주시하며 보고 있다. 시장의 쏠림 현상에 관해서는 당국이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적절한 조치, 시장 안정조치를 할 것”(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9월 7일)
② “급격한 환율 상승은 물가와 민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는 방심하지 않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시장의 쏠림이 발생하거나 투기적 움직임이 확대되면 시장안정조치 등 적기 대응에 나서겠다”(최상목 경제수석, 8월 25일)
③ “달러화 강세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의 대외적인 재무 건전성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수입 물가를 상승시키고 국제수지가 악화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해하시지 않도록 잘 관리해나가겠다”(윤석열 대통령, 8월 23일)
④ “최근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달러-원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에 대해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외환 당국, 8월 23일)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구두개입’과 ‘구두개입성’ 발언은 다르다. ①, ②, ③은 구두개입성 발언이고, ④는 외환 당국의 구두개입이다. 지난달 23일 외환 당국의 구두개입은 지난 6월 13일 이후 처음이다. 환율이 치솟으며 정부 관계자의 구두개입이 숱하게 이뤄진 것 같지만, 정작 외환 당국의 구두개입은 두 달 만인 셈이다.
그렇다면 구두개입은 정확히 뭘까? 환율이 급등락할 때 외환 당국이 보유 달러를 사고파는 실개입(직접개입)과 달리, 외환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가리킨다. 외환 당국이 연합인포맥스, 블룸버그 통신 등 금융정보 단말기 매체를 통해 외환시장 딜러들에게 알리는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특정인이 아닌 외환 당국 발로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이밖에 대통령이나 경제수석 등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시장 안정화 발언은 구두개입이 아닌 구두개입성 발언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당국은 구두개입이라는 용어가 남발하는 현 상황을 난처해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환율 조작국 리스트를 추릴 때 각국의 구두개입 여부와 횟수를 예의주시하는데, 개입성 발언을 개입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고환율 시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시기에는 미국 재무부가 이를 특히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과 관련된 메시지를 다 구두개입으로 통칭하면 곤란하다”고 했다. “미 재무부가 우리 정부가 의도한 개입 외에도 회의나 기자회견에서 나온 정부 관계자의 개입성 발언을 개입으로 보는 바람에 이를 오해라고 해명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