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390원을 넘어서면서 다음 달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원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 가계 이자 부담이 늘어난다. 가계 부채는 올해 2분기 1870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 규모다. 이자 부담이 늘면 내수가 위축되고 경기가 둔화하는 악순환 고리에 빠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20~21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가 0.75%포인트 이상의 공격적 금리 인상을 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한은도 기준금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그동안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물가 상승률과 성장률 등이 한은의 전망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더 빨라지고 더 강해진다면 한·미 금리 역전으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 자본 유출이 현실화될 수 있고,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현재 한국(2.5%)과 미국(2.25~2.5%) 기준금리 상단은 같다. 하지만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면 미국(3.00~3.25%) 기준금리 상단은 우리보다 0.75%나 높아진다. 연준이 1%포인트를 올리면 한·미 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에 가까운 1%포인트나 벌어진다. 이어 한은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다 해도 연말까지 금리 격차를 좁히기 어려울 수 있다.
한·미 금리 역전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되더라도 자본 유출은 크게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고 한은은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8월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향후 금리 차가 확대되면서 역전 기간이 길어지면 일부 외국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