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가 오르면서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주요 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면서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은퇴 생활자들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는 확실한 부문을 공략해보자. 절세 상품을 활용해 은퇴 자산의 세후 수익을 높이는 것이다.
개인이 금융상품에 가입해 이자나 배당소득 같은 금융 소득을 받으면 세금이 붙는다.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이 지급될 때 원칙적으로 소득세 14%와 지방소득세 1.4%(소득세의 10%)를 합한 15.4%가 과세된다. 또 개인별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소득 초과분이 다른 소득과 합산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절세 금융상품은 금융소득에 대해 일반 과세보다 우대된 세율을 적용받거나, 소득공제 또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원금 5000만원을 투자해 매년 5%씩 금융소득이 발생한다고 가정해 보자. 세후 원리금은 다음해 재투자되고 제반 비용이나 수수료는 없는 것으로 계산한 결과, 비과세가 적용되면 10년 후 원리금은 약 8144만원인 반면 일반과세(세율 15.4%) 원리금은 7566만원이고 종합과세(최고세율 49.5% 적용) 원리금은 6416만원으로 줄어든다. 10년 후 원리금은 비과세와 일반과세의 차이가 578만원, 비과세와 종합과세 최고 세율의 차이가 무려 1728만원이나 된다. 투입 금액이 클수록, 금융소득이 많을수록, 보유 기간이 길수록 과세 수익과 비과세 수익의 차이는 벌어진다. 은퇴 자산을 불리는 ‘절세 3인방’은 비과세·분리과세·세액공제다.
◇원천징수 단계서 15.4% 절세 효과 누리는 ISA
비과세 금융상품은 금융소득 원천징수 단계에서 15.4%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물론 금융소득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절세 규모가 15.4%보다 클 것이다. 대표적인 비과세 상품인 비과세 종합저축은 만 65세 이상 거주자, 장애인, 독립유공자 등 가입 자격을 충족하면 계약 금액 5000만원까지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에 비과세가 적용된다. 은행·증권사·보험사 등 모든 금융기관에서 가입 가능하다. 예금·보험·펀드 등 금융상품에도 제한이 없다. 저축 기간도 제한이 없고 2025년 말까지 가입 가능하다. 다만 가입 자격이 되더라도 직전 3개 연도 중 1회 이상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된다면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계약 금액 5000만원이라는 제한이 있으므로 기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품을 비과세 저축으로 가져가면 비과세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리 3%인 1년 만기 예금에 비과세 종합저축으로 5000만원을 가입했다면 절세 금액은 2만3100원(5000만원X3%X15.4%)이다. 반면 해외주식형 펀드에 비과세 종합저축으로 5000만원을 가입했는데 수익률이 20%를 기록했다면 절세 금액은 154만원(5000만원X20%X15.4%)이 된다. 물론 투자 상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골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통합 관리할 수 있다. 일반형은 계좌의 운용 손익을 통산한 후 200만원까지 비과세된다. 서민형(직전 과세 기간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 종합소득 3800만원 이하 사업자)과 농어민(종합소득 3800만원 이하)은 400만원까지 비과세다. 비과세 한도를 넘으면 분리과세 된다. 분리과세 상품은 소득세는 붙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에는 더해지지 않는다.
ISA 가입 자격은 19세 이상(근로소득자는 15세 이상) 거주자로, 전 금융기관을 통틀어 1인 1계좌만 가능하다. 의무 가입 기간은 3년이고, 납입 한도는 연 2000만원으로 총 1억원까지다. 역시 직전 3개 연도 중 1회 이상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된다면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내년 바뀌는 연금계좌 세액공제율 확인하세요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상품도 세금을 줄여준다. 소득공제 상품은 납입금의 일정 금액(혹은 비율)만큼 과세 대상 소득에서 차감해 주고, 세액공제 상품은 납입금의 일정 금액(혹은 비율)만큼 산출 세액을 줄여준다. 소득공제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층에 유리하다. 세액공제는 소득 금액에 무관하게 동일한 금액을 세액에서 차감한다. 소득공제에는 주택청약종합저축, 소기업·소상공인 공제 등이 있다.
보장성 보험은 연 100만원 한도로 근로자만 12%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절세되는 금액은 13만2000원(지방소득세 포함)이다. 연금계좌는 연금저축과 퇴직연금을 합한 것으로, 2022년 말까지는 총급여액(혹은 종합소득금액) 및 나이에 따라 공제 한도와 세율이 다르다. 하지만 2023년 납입분부터 공제 한도는 900만원(연금저축 600만원)으로 단일화하고 세액공제율만 총급여액 5500만원 이하(종합소득금액 4500만원) 15%, 이를 넘으면 12%로 구분된다.
총급여 1억원인 40세 직장인이 2022년 연금계좌에 700만원(연금저축 400만원)을 납입하면 소득세 절세되는 금액은 84만원(700만원X12%)이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92만4000만원이 절세된다. 내년부터는 세액공제 대상 납입 한도가 나이 상관없이 900만원(연금저축 600만원)으로 늘어나므로 납입액을 한도까지 늘린다면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절세되는 금액이 118만8000원으로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