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69)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더글러스 다이아몬드(69) 시카고대 교수, 필립 딥비그(67)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 등 3명이 올해 노벨 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10일(현지 시각)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세 미국 경제학자는 금융 위기 때 은행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규명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버냉키 전 의장은 스탠퍼드대 교수 시절인 1983년 발표한 논문에서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을 분석해 은행의 위기가 경제 위기 장기화의 결정적 단초라는 점을 밝혀냈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2006~2014년 연준 의장을 지낸 버냉키 전 의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초저금리 정책으로 돈을 풀었다. 그는 연준 이사 시절인 2002년 “디플레이션에는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발언해 ‘헬리콥터 벤’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다이아몬드 교수와 딥비그 교수는 은행 보호를 위한 정부 역할이 위기 해결에 도움을 준다는 점을 규명했다고 노벨위원회는 밝혔다. 은행 부실 우려로 대규모 인출 사태인 ‘뱅크런(bank-run)’이 발생해 은행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하려면 예금자 보호제도 등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3명의 통찰력은 심각한 경제 위기와 값비싼 구제 금융을 예방할 토대를 마련했다”고 했다.
경제학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시상된 5개 분야에 포함되지 않는다. 스웨덴 중앙은행 창립 300주년 기념으로 제정돼 1969년부터 수여되고 있다. 정식 명칭이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