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이탈리아를 추월한 지 1년 만에 재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처음으로 G7(주요 7국) 국가의 국민소득을 앞질렀다고 환호했지만 반짝 추월에 그친 것이다. 올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9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이탈리아에 1년 만에 재역전
16일 세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GNI는 3만4980달러로 집계돼 이탈리아(3만5710달러)에 뒤졌다. 전년도인 2020년은 한국 3만2930달러, 이탈리아 3만2380달러로 사상 처음으로 1인당 GNI 집계에서 G7 국가를 제쳤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신년사에서 “지난해(2020년)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G7 소속 국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지만 1년 만에 재역전된 것이다. .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국민소득이 엎치락뒤치락한 것은 코로나 사태와 연관이 있다. 2020년 이탈리아는 경제성장률이 -9%로 역성장 폭이 컸다. 코로나 사태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2020년 경제성장률이 -0.7%로 선방했다.
작년에는 처지가 뒤바뀌었다. 이탈리아는 경제성장률이 2020년에 워낙 낮았던 이유로 2021년에는 6.6%로 대폭 반등한 반면, 우리나라는 2020년에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에 2021년 반등 폭(성장률 4.1%)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올해도 이탈리아의 국민소득이 한국을 앞설 것으로 보인다. 관광 대국인 이탈리아는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며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력인 반도체 산업이 고전하고 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우리나라 2.6%, 이탈리아 3.2%로 내다봤다.
환율도 이탈리아에 유리하다. GNI 통계는 달러로 환산하기 때문에 자국 통화가치가 낮을수록 수치가 낮아지게 된다. 달러와 비교해 올해 평가절하된 폭이 이탈리아가 쓰는 유로화는 13.7%, 원화는 20.1%로 원화 값이 더 많이 하락했다.
물론 지난 2000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1인당 GNI가 이탈리아의 절반(2만1910달러 대 1만1030달러)밖에 되지 않았던 점을 돌이켜보면 우리 국민의 소득이 빠르게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지난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 37국의 1인당 GNI 평균치가 4만2095달러로 우리나라보다 7115달러나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소득 기준으로 본격적인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려면 아직 멀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인당 GDP, 대만에 19년 만에 추월 허용할 듯
올해 우리나라는 1인당 GDP에서 19년 만에 대만에 추월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세계은행이 대만에 대한 통계를 내놓지 않기 때문에 대만과 1인당 GNI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IMF는 대만의 1인당 GDP를 산출한다.
IMF는 이달 내놓은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1인당 GDP가 우리나라는 3만3592달러, 대만은 3만5513달러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게 되면 2003년 우리나라가 1인당 GDP로 대만을 추월한 지 19년 만에 재역전을 허용하게 된다. 불과 4년 전인 2018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1인당 GDP는 3만3447달러로 대만(2만5825달러)보다 7622달러나 많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만이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를 앞세워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반면, 우리는 막대한 무역적자로 고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대만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3.3%, 내년 2.8%로 내다본다. 우리나라에 대해 올해 2.6%, 내년 2%로 내다보는 것과 비교해 대만의 성장 속도가 빠르다고 본다. 통화가치로 볼 때도 올해 달러 대비 대만달러는 15.2% 평가 절하돼 원화(20.1% 하락)보다 가치 하락 폭이 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