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카카오T 주차장 무인정산기에서 시민들이 사전정산을 하고 있다. 이날 카카오T 주차장 서비스가 중단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뉴스1

15~16일 카카오 서비스 불통 사태로 피해가 속출했지만 피해 보상 범위와 규모는 현재로선 불확실한 상황이다. 통신사가 전국 단위 통신 장애를 일으킨 후 소상공인에게 보상한 사례는 있지만, 플랫폼 기업에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보상 규모와 책임 소재 등을 두고 법적 분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카카오 등을 상대로 한 이용자들의 역대급 손해배상 소송 제기도 예상된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16일 “피해 범위를 조사해 보상 계획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일부 카카오 유료 서비스는 선제적으로 보상책을 발표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음악 플랫폼 멜론은 이날 오전 7시 서비스를 복구하고, 구독 기간 3일 연장이나 멜론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캐시 1500원어치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웹툰은 서비스 장애 기간에 대여한 웹툰 회차의 열람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카카오게임즈도 보상 공지를 낼 계획이다.

그러나 카카오톡 등 무료 서비스에 대한 보상은 약관에 명시되지 않아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피해 보상이 이뤄진다고 해도 현금이 아닌 ‘아이템 제공’ 등 방식이 유력해 이용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과거 유사한 사고에 대한 보상 사례를 보면 KT는 2018년 11월 서울 아현지사 화재 사고로 이동통신, 인터넷, 유료방송 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이용자들에게 수백억원을 보상한 바 있다. 당시 식당 소상공인들은 통신 장애로 카드 결제가 먹통되면서 손실을 봐야 했다. 소상공인은 1인당 40만~120만원의 보상금을 받고, 일반 통신 고객은 1~6개월 치 요금을 감면받았다.

이번 사태의 보상 주체를 놓고 기업 간 공방전도 예상된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고객 인증을 하는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는 “서비스 장애로 인한 피해 보상은 카카오에 직접 문의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업비트는 아이폰에서는 애플 아이디로 로그인할 수 있지만,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카카오 계정이 유일한 로그인 방식이라 한동안 일부 사용자의 거래가 막혔다. 카카오가 사용자에게 보상한 뒤 사고의 직접 책임이 있는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SK C&C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일부 서비스 백업 미비로 장애가 지속된 부분은 서비스 제공사(카카오)가 설명할 부분”이라고 했다.

사용자들이 카카오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승소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고의성 없는 재해가 사태의 원인인 데다, 민사소송에서 사용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IT 전문 변호사는 “사용자들은 카카오의 도의적 책임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