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일반 기업들의 M&A(인수·합병)와는 별개로,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따로 적용하는 ‘플랫폼 결합 기준’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사업자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자는 취지다.
공정위가 별도의 지침을 만드는 것은 매출액이나 자산 규모만 따지는 기존 M&A 심사 기준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간의 합병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는 계열사를 2018년 72개에서 올 10월 128개로 문어발식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공정위의 심사를 쉽게 통과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8일 “카카오가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기업결합과 관련한 위법 사항은 없었지만, 이는 심사 기준이 전통 산업에 맞춰져 새로운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영향도 있다”면서 “매출액 외의 요소를 반영하는 심사 기준을 조속히 만들겠다”고 했다. 이르면 내년 초 기준이 마련될 전망이다.
현행 기준으로는 인수 대상 기업의 매출액이 300억원 미만이면 공정위의 결합심사를 받지 않는다. 제조업 등 전통산업 중심의 결합에서는 자산 또는 매출액이 시장점유율로 연결되기 때문에 이 기준으로 M&A 허가 심사를 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 간 M&A로 독과점이 얼마나 발생하는지(지배력 측정)는 당장의 매출액보다는 서비스 가입자 수, 트래픽(데이터양) 등도 봐야 한다. 하지만 카카오가 그동안 유망 스타트업을 인수할 땐 아예 심사조차 받지 않았다. 스타트업들은 장래성은 있지만 매출액은 300억원 미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가 2018년 2월 카풀 서비스 업체 ‘럭시’를 252억원에 인수할 당시 공정위의 심사를 받지 않았다. 럭시는 2014년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2017년 8월 현대차로부터 잠재력을 인정받아 5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2위 카풀 업체 럭시를 인수하면서 카카오는 본격적으로 택시 사업에 뛰어들었다”며 “현재 카카오가 플랫폼 시장의 독점자가 된 것도 이런 식으로 정부 심사 대상의 사각지대에 놓인 M&A를 많이 한 결과물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