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가 대만을 떠나면 우리는 과연 안전할 것인가?”
지난 18일 대만 타이베이 입법원(국회 격)에서 열린 포럼에서 대만 국민당 장치천(江啟臣) 의원은 “대만의 ‘호국신산(護國神山·나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인 TSMC가 ‘우공이산(愚公移山·오랜 시간 동안 산을 옮긴다)’ 중”이라면서 TSMC가 미국·일본·독일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을 국가 안보의 위기로 규정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53%를 차지하는 TSMC는 생산공장 12곳 가운데 9곳을 대만에 뒀지만, 최근 미국 애리조나주,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대규모 공장을 건설 중이다. 독일에서도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9일 “중국과 긴장 관계인 대만은 TSMC의 생산기지가 해외로 옮겨가면 미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 TSMC 日·獨 등 해외로 공장 옮기려 하니, 대만에서 “미국이 우리 지켜주겠나” 우려 나와
미·중 공급망 갈등으로 TSMC가 대만의 경제뿐 아니라 외교·안보의 수호자로 인식되고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대통령)은 최근 TSMC가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을 놓고 “대만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술 우위”라고 했다. 외교 무대에서도 TSMC는 대만의 대표자로 나서고 있다. 모리스 창(91) TSMC 창업자는 다음 달 18~19일 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총통을 대신해 참석한다. 5년째 총통을 대신해 국제 외교 무대에 나서는 것이다. 대만은 지난 1991년 APEC에 가입했지만, 중국이 대만 총통의 회의 참석을 반대하는 바람에 매년 대리인을 지정해 파견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TSMC 회장 마크 류와 모리스 창이 대만을 방문한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를 접견하기도 했다.
◇ 창립자는 총통 대신해 APEC 참석… 반도체 의존 중국도 TSMC는 대놓고 비난못해
대만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중국도 친미 성향을 보이는 TSMC를 노골적으로 비난하지 못한다. 파운드리 세계 1위인 TSMC와 협업하지 않고는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육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언론은 자국에서 TSMC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TSMC의 투자가 중국 반도체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