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3일 서울 종로구 흥국생명 본사 모습. /연합뉴스

흥국생명이 5억달러에 달하는 외화 신종자본증권(자본으로 인정받는 영구채의 일종)을 예정대로 9일 조기 상환(콜 옵션 실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흥국생명이 지난 1일 자금 조달에 실패해 콜 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시하자, 해외 채권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됐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이 나서 흥국생명이 예정대로 조기 상환을 하는 방향으로 서둘러 해결에 나섰다.

7일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보유 중인 자금과 새로 조달할 자금을 합쳐 5억달러를 확보해 9일 투자자들에게 조기 상환을 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흥국생명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주요 시중은행들이 공동으로 매입해 약 4000억원을 마련하고, 나머지는 흥국생명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신종자본증권은 형식상 만기가 없는 영구채이지만 그동안 콜 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5년을 만기로 간주해 새로 자금을 끌어와 기존 투자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는 게 관행이었다. 흥국생명은 해외에서 3억달러를 조달하고 나머지를 국내에서 융통하는 방안을 추진하다가 자금 시장 악화로 포기한 뒤 6개월 후 상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콜 옵션이 불발되자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 가격이 99달러에서 72달러가량으로 폭락하는 등 채권 시장에 충격을 가져왔다.

흥국생명은 기존 5억달러에 대해 환헤지를 해뒀기 때문에 현재 환율인 약 7000억원이 아니라 5600억원 정도만 돌려줘도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흥국생명이 보유 자금을 투입해 조기 상환을 할 경우 일시적으로 RBC 비율(위험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흥국생명에 이어 DB생명도 이달 13일이 만기인 300억원 규모의 원화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조기 상환을 예정대로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DB생명도 자금을 끌어오기가 어려워 콜 옵션 행사를 내년 5월로 연기하기로 했다가 자본시장의 투자 심리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원래대로 조기 상환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