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22일 “4가지 세율로 기업에 세금을 물리는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세계 추세에 역행한다”는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로 장수 기업이 7곳에 불과하다. 가업 상속의 경우 상속세 공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자료도 냈다. 모두 예정에 없던 자료였다. 정부가 발의한 법인세법, 상속세법 개정안을 두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라며 저지하자, 정면 돌파하겠다며 직접 나선 것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비롯한 기업승계입법추진위원회 위원들이 22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업승계 세제개편안 입법 촉구 기자회견 중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2.11.22/뉴스1

◇법인세율 4개 이상 국가 드물어

정부는 지난 7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과세표준에 따라 10%, 20%, 22%, 25% 등 4가지인 세율을 20%(중소‧중견기업은 10%), 22% 등 2개로 줄이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국회를 통과할 경우 내년부터 5년간 28조원의 세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4단계 이상의 법인세 누진세율 체계를 가지고 나라는 한국과 코스타리카뿐이다. OECD 38국 중 32국이 법인세를 사실상 단일세율로 운영한다. 누진세율을 적용하다보니 대기업의 세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법인의 7.6%에 불과한 대기업이 전체 법인세수의 67.3%를 부담했다. 한국의 최고세율은 25%로, OECD 평균(21.2%)보다 3.8%포인트 높다. 국책연구원인 조세재정연구원도 이날 “4단계의 누진적 법인세율 체계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 부정적 견해가 다수”라며 “4단계 구조를 단순화하고, 법인세율 인하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한국, 50년 이상 기업 0.23%

기재부가 발표한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은 가업상속 공제 적용 대상 기업을 매출액 4000억원 미만에서 1조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최대 공제한도를 500억원에서 1000억원까지 늘리는 내용이다. 가업 승계 목적으로 부모에게 가업 기업의 주식 등을 증여받은 경우, 세율을 10~50%에서 10~20%로 낮춰주는 과세 특례 제도가 있는데, 특례 혜택을 받는 증여 주식 한도를 100억원 이내에서 1000억원 이내로 확대하는 방안도 개정안에 담겨있다.

기재부는 가업상속을 통해 장수기업이 늘어나야 고용도 늘어난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재부는 중소기업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국내 기업의 평균 업력(창업 이후 존속한 기간)이 11.4년이라고 했다. 전체 기업(70만2372곳)의 절반에 가까운 34만1319곳(48.6%)은 10년 미만이다. 20년 미만 기업은 59만3829곳(84.5%)에 달한다.

반면 업력이 50년 이상인 기업은 1629곳으로 0.23%에 불과하다. 60년 이상인 기업은 0.06%인 427곳에 그친다. 업력이 100년 이상인 장수기업은 7곳에 불과하다고 했다. 반면 일본의 100년 이상 장수기업은 3만3076곳에 달한다. 미국은 1만9497곳, 스웨덴은 1만3997곳, 독일은 4947곳이다.

◇상속세, 일본보다 실질 부담 높아 세계 1위

한국의 상속·증여세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도 기재부는 강조했다. 우리나라 상속·증여세 최고 세율은 50%로 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둘째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우리나라는 상속세나 증여세를 매길 때 주택·토지 등 재산 가액을 시가에 가깝게 책정하지만, 일본은 공시가격 등으로 세금을 물리는 경우가 더 많다”며 “일본의 세 부담이 우리나라보다 낮다”고 했다.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증여세를 포함한 상속·증여세 세수는 작년 15조원으로 10년 전인 2011년(3조3000억원)의 4.5배가 됐다.

중소기업중앙회·대한전문건설협회·한국여성경제인협회 등 13개 단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현행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는 중기 현장에서 실효성이 떨어져 이용하기 어렵다”며 “정부 개편안대로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를 확대하고 가업 상속 공제에 따르는 고용 유지나 업종 유지 같은 규제도 완화·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