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400억달러에 육박하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이 걸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범정부 차원의 대책 수립에 나섰지만 무역적자 줄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무역적자가 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그만큼 한국 경제의 연말, 내년 초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달 5일 한국경제연구원은 가파른 수입물가 상승 등 무역수지 악화 요인으로 올해 연간 누적 무역 적자가 480억달러(약 64조32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 통계가 작성된 1964년 이후 최대 규모다.
통상 환율이 높으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에 유리하지만, 한경연은 높은 환율에도 무역수지가 악화하는 이유로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에 따른 높은 수입 물가 영향이 크다”고 했다. 202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무역수지를 수출입 물량 요인과 수출입 단가 요인으로 나눠 살펴보면, 물량 측면에서 흑자이지만, 수입단가 상승 폭이 수출단가 상승 폭을 큰 폭으로 웃돌면서 무역적자가 쌓이고 있다고 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399억6800만달러(약 53조5400억원)로 역대 최대다.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1996년(206억2400만달러)의 적자 폭을 크게 상회한다.
월간 무역수지는 4월 이후 내리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수출은 1년 전보다 5.7% 줄면서 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11월 1~20일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7% 줄면서 수출이 두 달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6개월째 한국 경제에 ‘경기 둔화’ 진단을 내리고 있다. 기재부는 이달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월간 보고서에서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된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달 초 “당분간 수출이 증가로 반전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토로했다. “수출 경쟁력 강화 등 근본적인 수출 구조 개선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