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다니는 40대 김소연씨는 동료들과 송년회를 하다가 마음이 급해졌다. 재테크에 밝은 후배가 올해분 연말정산을 위해 지난달 금리 높은 예금에 가입해두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다. ‘13월의 월급’이라 불리는 연말정산으로 내년 초 짭짤히 챙기려면 올해가 끝나기 전까지 연금 상품에 가입해야 하는데, 매년 그랬듯 또 시간이 촉박해진 상황이다.
2022년의 끝이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내년 초 연말정산 때 두둑하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연말정산에 유리한 연금 상품에 서둘러 가입하려는 직장인이 많다. 연중 이어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보기 드문 고금리 환경이 조성된 상황이라, 예년과는 다른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IRP에는 5%대 예금, 남아 있다
정부는 국민이 노후 준비를 미리 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개인이 연금에 돈을 넣으면 비교적 큰돈을 연말정산을 통해 돌려준다.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에서 가입할 수 있는 연금저축 상품에 대해선 400만원까지,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700만원까지 16.5% 세액공제(연간 근로소득 과세표준 5500만원 이하 기준)를 해준다. 700만원을 꽉 채워 넣으면 115만5000원(700만원x16.5%)을 연말정산 때 돌려받는다는 뜻이다. 단 연금저축과 IRP에 동시에 가입했다면 IRP 한도 700만원에서 연금저축 불입액을 제하고, IRP·연금저축을 합쳐 7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은행·증권사·보험사 등에서 가입 가능한 연금용 상품으론 예금·펀드·보험 등이 두루 출시돼 있다. IRP를 활용하면 ETF(상장지수펀드)까지도 투자가 가능하다. 2020년 이후 증시가 활황일 때는 주식형 펀드나 ETF가 인기가 좋았지만 최근 예금 금리가 크게 오르자 안전하면서 금리까지 높은 예금을 추천하는 전문가가 많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만기가 3~5년으로 길면서도 연 4.5% 넘게 주는, 한동안 보기 드물었던 고금리 예금이 최근 적잖이 판매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금리가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상품은 지금 가입해두면 유리하다”고 했다. 만기 전에 해약하면 제 금리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예금의 단점인데 연금 상품은 어차피 은퇴 시점까지 돈을 묶어두어야 하므로 만기가 긴 고금리 예금을 활용하기 좋다.
무엇보다 금융 당국의 제동으로 시중은행 일반 예금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월 단위로 금리를 조정하는 연금 상품엔 아직 높은 금리를 주는 예금이 남아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만기 5년 예금의 경우 광주은행·전북은행이 IRP용 상품으로 연 5.1%, 우리은행이 연 4.76%를 준다. 우체국 예금 금리는 연 5.2%에 달한다. 우리은행은 IRP용 만기 3년짜리 예금에 연 4.91% 금리를 주는데, 일반 상품의 경우 금리는 4.4%에 그친다.
금리가 높을 때 유리한 또 다른 상품으론 채권형 ETF, 그중에서도 연금용으로 비교적 안전한 한국 국채 ETF가 꼽힌다. 채권은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내년 이후 금리가 하락할 경우 수익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TF는 증권사·은행 IRP 계좌를 통해 가입 가능한데 은행의 경우 매매에 15분 정도 시차가 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IRP와 연금저축 차이점 알아야
예금을 포함해 연금용으로 출시된 상품의 금리와 상품별 판매처 등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100lifeplan.fss.or.kr)에서 검색 가능하다. 주의할 점도 있다. 특정 은행의 예금 등을 판매하는 금융사가 제각각이어서, 자신이 가입한 IRP 계좌를 통해 맘에 드는 상품을 살 수 없다면 다른 금융사에 IRP 가입을 새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IRP 계좌는 여러 금융사에 개설이 가능하지만 ‘대포 통장’ 예방을 위해 ‘20영업일’ 안엔 새로운 입출금 통장 개설이 불가능하다는 규제가 있으므로 미리 확인이 필요하다.
IRP와 연금저축의 차이도 확인하고 가입하는 편이 좋다. 연금 상품은 기본적으로 55세까지 유지해야 혜택을 최대로 준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중간에 돈을 빼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일부 인출이 안 돼 통째로 해지를 해야 하는 IRP보다는 일부 금액을 빼 쓸 수 있는 연금저축이 유리하다. 다만 돈을 중도 인출할 경우, 연말정산 때 받은 돈보다 많은 금액을 토해내야 할 수도 있다.
12월 31일까지 최대한 미루다 돈을 납입했다가는 올해분으로 편입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펀드 등은 상품을 매수하는 데 추가로 시간이 걸려 매수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미경 신한투자증권 퇴직연금사업부 차장은 “상품마다 금액을 납입할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이 다 다르다. 올해 마지막 영업일인 30일보다 하루 전인 29일까지 연금 계좌에 입금을 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