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가 모임원 누구나 출금 권한을 가질 수 있는 모임통장을 1일 선보였다. /토스뱅크 제공

인터넷 전문 은행인 토스뱅크가 모임의 회원이면 누구나 돈을 빼서 쓸 수 있는 ‘모임통장’을 1일 출시했다. 지금까지 모임통장은 돈 관리를 맡은 ‘총무님’ 등 계좌 명의자 1명만 출금을 할 수 있었다.

모임통장의 원조 격인 카카오뱅크 모임통장(2018년 출시)은 은행에 회칙·명부 등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도 만들 수 있었고, 계좌 명의자가 아니더라도 회원들이 모두 입출금 내역을 살펴볼 수 있어 동창회나 친목회 등의 공용 통장으로 인기를 끌었다. 토스뱅크 모임통장은 한발 더 나갔다.

은행권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한 이색 통장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통장은 ‘안전하게 돈을 보관하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편의성과 재미까지 더한 상품으로 신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동호회 등 모임 활동이 많은 중장년층을 겨냥한 ‘모임통장’을, 기존 은행들은 대학생이나 개인사업자 등으로 고객군을 확장하기 위해 신상품을 내놓고 있다. 현재 6개월 이상으로 돼있는 적금 최소 기간 규제가 풀리는 4월부터는 ‘4주 적금’ ‘자녀 탄생 기념 100일 통장’ 같은 초단기 적금도 출시될 예정이다.

◇누구나 출금할 수 있는 모임통장

토스뱅크 모임통장은 회원 누구나 출금과 카드 발급, 결제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통장 최초 개설자인 모임장의 동의를 받고 실명 확인 절차를 거쳐 ‘공동 모임장’이 되면 똑같이 출금 권한을 갖게 된다. 모임카드를 발급받아 온·오프라인에서 결제할 수도 있다. 공동 모임장 인원에 제한이 없어 모임의 회원 전원이 한 장씩 카드를 만들어 돈을 빼 쓰는 것도 가능하다. 하루만 넣어도 연 2.3%의 이자가 붙는다. 아울러 모임의 주요 활동인 ‘회식(음식점·주점)’과 ‘놀이(노래방·골프연습장 등)’ ‘장보기(이마트·농협하나로)’ 영역에서 결제하면 건당 100~500원의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누군가 회비를 인출해 잠적하는 ‘먹튀’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토스뱅크는 모임비 출금 때마다 회원 모두에게 알림을 보내고, 1일 출금 한도를 100만원으로 제한했다. 그 이상 출금하려면 ‘공동 모임장’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경쟁사인 케이뱅크도 상반기 중에 모임통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1356만명이 쓰고 있는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의 경우 50대 이상 고객 비율이 2021년 13%에서 작년에 18.2%로 늘어날 정도로 중장년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톡톡 튀는 인터넷뱅크 통장들

카카오뱅크는 2017년 출범 이후 기존 상품들과 달리 재미있는 이색 통장들을 선보여왔다. 대표적인 것이 목표 달성형 ‘26주 적금(최고 연 7%)’이다. 고객이 1000원부터 1만원까지 적금 시작 금액을 정하면 26주 동안 매주 첫 납입액만큼 늘어난 금액이 자동으로 저축된다. 첫 주에 1000원을 납입하면 2주 차에는 2000원, 3주 차에는 3000원, 26주 차에는 2만6000원으로 납입액이 늘어나는 것이다. 적금액 자체가 적기 때문에 만기 시 이자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제휴사에서 쓸 수 있는 3만원 안팎의 현금성 쿠폰을 주기 때문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2020년 8월 이마트와 제휴한 26주 적금을 내놓은 데 이어 해피포인트(SPC)와 GS리테일(편의점) 등 총 9개 제휴사와 합작해 26주 적금을 시리즈로 내놓고 있다.

◇기존 은행들도 아이디어 총동원

인터넷뱅크에 맞서 기존 은행들도 적극적으로 이색 통장을 출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My저금통’은 불요불급한 소비를 줄이는 데 특화된 상품이다. 매달 목표한 금액만큼 소비를 줄이면 본인 계좌에서 아낀 금액만큼을 자동으로 통장에 저축해주는 것이다. 또 줄이고 싶은 소비 카테고리에서 카드 결제를 하면 ‘벌칙’으로 일정 금액을 My저금통으로 강제 이체한다.

NH농협은행의 ‘사업 잘 되는 NH통장’은 개인사업자가 사업자등록증을 제출하지 않고 앱에서 즉시 만들 수 있는 통장이다. 일터에 몸이 매인 개인사업자를 겨냥한 특화 상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타깃이 명확한 이색 통장으로 젊은 세대 등 취약한 고객군에 어필하려는 전략”이라며 “이런 통장은 대부분 금리가 낮은 수시입출식이라 저원가성 예금을 통한 수익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