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후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파월 의장은 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뜻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을 15차례 언급했다. /AFP 연합뉴스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상승 둔화)’이라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진단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들썩이게 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연 4.5~4.75%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한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뜻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15차례 썼다. 그동안 연준의 경계 대상 1호였던 인플레이션이 둔화됐다는 소식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은 상승했다. 파월 발언이 가팔랐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조만간 멈출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물가가 확실한 하락 추세에 있음을 확인할 때까지는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기준금리 인상을 끝낸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에 시장의 ‘과잉 환호’를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파월, ‘디스인플레이션’ 15차례 언급

파월 의장은 이날 “최근 디스인플레이션이 이뤄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다”며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처음 시작됐다”고 말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4차례 연속으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공격적인 긴축에 나섰는데, 이제 그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반복해서 언급하며 답변을 이어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인플레이션이 높다는 말을 주로 했다면, 이날은 처음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됐다고 표현했고 설명 과정에 언급 횟수도 많았다”며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연준의 판단이 기준금리 인상 ‘감속’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했다.

기준금리 결정문도 지난해 12월 회의에 비해 완화적으로 수정됐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한 배경에 대해 “인플레이션은 다소 완화(eased somewhat)되었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결정문엔 ‘다소 완화’라는 표현이 없었는데 이를 추가한 것이다.

◇시장 ‘너무 이른 샴페인’ 우려도

연준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 언급에 시장이 반색했지만 한편에선 이런 시장의 반응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그만 올리거나 내린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엔 너무 이르다”라고도 했다.

그는 “회의 참가자들은 올해 두어 차례(a couple of more)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논의했다”면서 “경제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중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연준 위원들이 작년 말 전망한 올해 기준금리는 연 5.25~5.5%로 금리가 이 수준에 도달하려면 연준이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두 차례 더 해야 한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다국적 회계·컨설팅그룹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를 통해 “시장은 ‘반가운 소식’과 ‘디스인플레이션’이라는 두 단어에 열광하고 있다. 파월이 여전히 (긴축이 필요하다는) 자신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도, 시장은 이 두 문구만 가지고 급등하고 있다”고 했다. 시장이 파월의 긴축 유지 기조에는 귀를 닫아버렸다는 것이다. 연준이 지표로 삼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 전년 동월 대비 4.4%로 여전히 연준 목표치(2%)의 두 배 이상 수준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다소 낮아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6.5%를 기록해 매우 높은 상황이다.

한은은 이날 연준 회의 직후 시장 과열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다소 둔화했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며 당분간 긴축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고 하면서 “연준과 시장 간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 차이가 커서 앞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었다. 하지만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 등 앞으로의 금리 경로에 대한 연준과 시장의 인식 차이가 당분간 지속되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