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9.05%를 인수하며 2대 주주에 오르는 카카오가 10일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향후 전방위적인 사업 시너지를 보여드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카카오는 음원·팬 플랫폼 등 기술 면에서의 협업 뿐 아니라 향후 SM과 함께 글로벌 K팝 아티스트를 함께 기획하고 데뷔시키겠다는 계획까지 공개했다. IT업계에서는 “사업 계획이 이렇게 구체적이고 길게 공개된건 드문일”이라며 “SM 지분 경쟁에 하이브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카카오가 SM와의 오랜 인연을 토대로 시너지를 내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SM과는 오랜 인연…시너지 공고히 할 것”
10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콘퍼런스콜(전화 회의)에서 나온 “SM과 카카오 서비스의 시너지 및 사업 협업은 어떻게 이뤄지는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변했다. “카카오와 SM엔터테인먼트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협력 논의를 해왔고, (지분 인수로) 각자의 강점인 플랫폼과 IT기술, IP파워를 결합한 시너지를 공고히 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보다 구체적으로는 먼저 글로벌 음원 유통사업에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했다. 카카오의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현재 국내 최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을 운영하고 있는데다, 아이유·몬스타엑스·더보이즈 등 유명 가수와 배우들을 망라하는 연예기획사를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배 대표는 “양사가 보유한 IP와 카카오의 음원 유통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음원 유통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글로벌 음원 수익이 양사 모두에게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카카오, SM과 손잡고 차세대 K팝 아티스트 키운다
SM과 공동으로 K팝 아티스트를 데뷔시키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배 대표는 “미국·일본 등 해외에 있는 인재 발굴 네트워크를 사용해 글로벌 매니지먼트 사업을 추진하고, 공동으로 신규 K팝 아티스트를 데뷔시키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여기다 아이돌 사업과 카카오의 웹툰·웹소설 및 캐릭터·굿즈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SM의 최대 경쟁사이자, 현재 SM 지분 쟁탈전에 뛰어든 하이브는 라인의 캐릭터 사업을 운영하는 라인프렌즈와 함께 BTS 캐릭터인 ‘BT21′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고, 네이버웹툰에서 BTS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한 웹툰을 연재한 바 있다.
이렇게 탄생한 K팝 신인 아이돌은 처음부터 SM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거대한 팬 플랫폼 ‘디어유’에 입점해 글로벌 팬층과 소통할 수 있게될 전망이다. 디어유는 올들어 엔씨소프트가 운영하던 팬 플랫폼 ‘유니버스’를 흡수해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앱으로, 아이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버블’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를 인수하며 세를 키운 하이브의 팬 플랫폼 ‘위버스’의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SM의 2대 주주가 된 카카오는 향후 디어유에 기존 카카오 산하에 있던 유명 아이돌들을 입점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팬 플랫폼의 경쟁력은 사실상 유명한 연예인을 얼마나 품고 있는가에서 오는데, 양사가 손을 잡고 아티스트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배 대표는 이어 “IT역량 측면에서도 카카오가 보유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적극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또 “카카오가 만들고 있는 서울 아레나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대형 아티스트 콘서트를 진행 할 수 있다”며 “향후 카카오의 AI, 메타버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미래 사업을 공동으로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