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테크 업계의 시장 전망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올해 내내 적자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옴디아·트렌드포스 등 시장조사 업체들은 올해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게다가 메타(옛 페이스북)·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은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각각 1만여 명 규모의 정리 해고를 단행한 데 이어, 2차 정리해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들의 PC·스마트폰 등 IT 기기 구매가 급격히 줄었고, 그 여파로 빅테크 기업들도 서버 투자가 주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메모리 업계에서 업황 반등의 기회로 삼았던 차세대 D램 ‘DDR5′ 확산 역시 생각보다 더딜 것으로 전망된다. 빅테크 기업들은 적자의 늪 속에서 추가 감원과 연봉 삭감 등 초긴축 경영으로 버티기에 들어갔다.

◇더 나빠지는 시장 전망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북미 4대 빅테크 기업이 일제히 올해 서버 구매 물량을 축소했으며, 향후 추가 하향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올해 시장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한 데다, 코로나 완화로 이들의 핵심 수익원인 전자상거래가 주춤해 투자 규모가 자꾸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렌드포스는 작년 하반기 이들 ‘빅4′의 올해 서버 구매 물량이 전년 대비 6.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지난달말 이를 4.4%로 낮췄다.

D램 반도체 최신 규격인 DDR5 교체 수요도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현재 시장 주력 D램 반도체는 2013년 처음 등장한 DDR4인데, DDR5는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른 데다 전력 효율이 10% 이상 좋아 엄청난 전기료를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들이 큰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빅테크들의 서버 투자가 주춤하면서 DDR5 확산도 더뎌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올해 D램 시장에서 DDR5의 비율을 2021년만 해도 24.1%로 봤지만 최근엔 이를 11%로 절반 이상 낮췄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 가치 제품인 DDR5의 대대적인 교체 바람을 올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 반등의 계기로 봤는데, 이 시기가 점점 더 늦춰진다는 뜻”이라고 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 역시 주요 IT 기기인 PC·태블릿·휴대폰의 출하량이 전년 대비 4.4% 하락할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특히 PC의 올해 출하량(-6.8%)이 가장 크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끝없이 이어지는 테크 업계 정리해고

빅테크의 정리해고는 끝도 없이 지속되고 있다. 1만명 넘게 대규모 해고를 하고도, 2차 해고를 추진하는 기업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메타가 2차 해고를 준비하며 여러 팀의 예산 확정을 연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11월 창사 후 첫 대규모 해고인 1만1000명을 해고한 메타가 조만간 2차 해고를 준비하며 사업부 예산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지난 1일 진행한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올해는 효율성의 해”라며 “의사결정을 더 빠르게 하기 위해 조직 구조를 평평하게 하고 중간 관리자 중 일부를 내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1만2000명을 정리해고한 구글에서도 2차 해고 가능성이 제기된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컨설팅을 받았을 때, 당초 전 직원 중 20% 감원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며 “1만2000명은 구글 전 직원의 6% 규모라 추가 해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1위 메모리 기업인 마이크론은 지난 9일 “CEO를 비롯한 경영진 급여를 최대 20% 감축하고, 모든 임원의 보너스 지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작년 말 전 직원의 10%를 감원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한 바 있다. 지난달 인텔 역시 인력 감축 등을 통해 2025년까지 100억달러(약 12조7000억원)의 비용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지난달 말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YMTC가 지난해 실적 평가에서 전 직원의 10%에 달하는 저성과자들을 해고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