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 큐브세븐틴 대표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회사 연구소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임시 치아와 보철물을 소개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치과에서 충치 치료를 해봤다면, 아마도 본을 뜨기 위해 고무 재질의 분홍색 뭉치를 한 번쯤 입에 물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여기에 석고를 주입해 모형을 만들고 최종 보철물을 제작하는 데 2~3일이 걸렸죠. AI(인공지능)와 3D 스캐너를 이용하면 9시간 내에 모든 작업을 마칠 수 있습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큐브세븐틴 사무실에서 만난 김진수(54) 대표는 “AI를 바탕으로 한 의료 디지털화가 기존의 수작업 중심이었던 치과 시장을 빠르게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창업한 큐브세븐틴은 아날로그 방식이 주류였던 치과 보철물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다. 크라운, 틀니 제작을 위한 자체 3D 프린터와 소프트웨어를 갖춰 더욱 빠르고, 정밀하게 보철물을 제작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완성된 보철물이 도착하기 전까지 환자들은 보통 1~2일간 임시 치아를 끼고 있죠. 모두 치위생사들이 손으로 찰흙 빚듯이 만들었어요. 하지만 우리 제품은 3D 스캐너를 활용해 15분 내에 자동으로 임시 치아를 만들어줍니다. 치과의사 1명당 치위생사 3.5명이 필요한데, 현재는 인력난으로 2.5명 수준이 공급돼요. 그 부족한 틈을 기계가 채우는 거죠.”

큐브세븐틴은 치과로부터 월 50만원 이상의 구독료를 받는 사업 모델로 지난해 약 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연세대 치과병원이 이 회사 소프트웨어를 도입했고, 서울대·단국대 치대 등에서도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김 대표는 “점차 늘어나는 치과 인력 수요에 비해 기술 도입은 아직 더딘 편”이라며 “환자는 보다 정밀한 크라운, 틀니를 받아볼 수 있고 치과와 기공소는 기존의 보철물 제작 과정을 훨씬 간편하게 단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거쳐 삼성SDI에서 배터리 등 여러 신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이후 치과의사였던 지인이 보철물 제작에 겪는 어려움을 보고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 대표는 “보철물 관련 소프트웨어와 기기 시장은 비록 틈새시장이지만, 글로벌 확장 속도가 빠르다”며 “연내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