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주춤해지자 해외여행객이 폭증하면서 여행수지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한국의 여행수지는 만성 적자 상태였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는 전 세계적인 방역 강화 때문에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적자 폭이 크게 축소됐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코로나 이전에 해외여행이 활발했던 시기 수준으로 적자 규모가 커졌다. 무역수지에 이어 여행수지 적자가 커지면서 경제의 종합 성적표인 경상수지도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2월 여행수지 적자는 11억3730만달러(약 1조4700억원)로 1년 전(7억4100만달러)보다 53.5% 증가했다. 월별 기준으로는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0년 1월(13억9690만달러) 이후 2년 11개월 만에 적자 폭이 가장 컸다.
해외로 나가는 사람은 늘어난 반면 국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은 줄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작년 12월 국내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1조1805억원에 그쳤다. 1년 전(1조2974억원)보다 9% 줄었다.
수출과 서비스·자본 거래를 망라한 경상수지에도 빨간불이 커졌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12월 경상수지는 26억8000만달러(약 3조382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1년 전(63억7000만달러)보다 36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전달인 11월에 적자(-2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가 한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지만,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당소득수지 흑자(44억9000만달러)가 1년 전보다 17억달러 증가하는 등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 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수입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연간으로 보면 작년 경상수지는 298억3000만달러 흑자지만 2021년(852억3000만달러)의 3분의 1 수준이다. 2011년 이후 11년 만의 최저다. 경상수지 적자는 외환시장에도 악영향을 준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해외여행 급증으로 달러 수요가 증가하면 원화 가치는 더 하락하게 된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까지 치솟는 등 원화 약세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