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가계 부채가 1867조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4조1000억원 줄었다.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이전 역대 최대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기록한 3조1000억원이었다.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높은 대출 금리가 유지된 여파란 풀이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2년 4분기 가계 신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 부채(1867조원)는 전분기 대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조1000억원 늘며 가장 작은 증가 폭을 기록했다.
가계 신용(가계 부채)은 은행·보험사 등 금융회사의 가계 대출과 소비자가 대금을 결제하기 이전의 카드 판매 대금(판매 신용)을 합쳐서 산출한다. 이중 가계 대출은 지난해 말 1749조3000억원을 기록해 전분기보다 7조5000억원, 전년 동기보다 7조8000억원 줄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이후 전년 대비 가계 대출이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가계 대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1012조6000억원을 기록해 전분기보다 소폭(4조7000억원) 늘었지만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전체 가계대출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은 736조7000억원을 기록 전분기(748조9000억원)보다 12조2000억원 줄었다. 역대 최대치 감소 폭이다.
박창현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부동산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대출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가계 대출 핵심 규제인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지속된 데 따른 영향으로 대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작년 4분기 카드 판매신용은 2021년 4분기(105조8000억원)에서 동기 대비 11조9000억원 늘어난 117조7000억원을 기록,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년 대비로 보면 작년 3분기(13조7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상승폭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하면서 신용카드 결제가 늘어난 가운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 완화되며 소비가 늘어난 여파가 있다는 게 한은 설명이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부동산 규제 완화 등과 같은 부채 증가 요인은 있지만, 대출 금리가 여전히 높은 편이고 DSR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어 당분간 가계 대출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