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를 앞둔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요즘 근심이 늘었다. 은퇴 이후 임대 수익을 꿈꾸며 사놓은 생활형 숙박 시설 가격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구입 당시 받은 대출 이자마저 급등해 허리가 휠 지경이다. 눈물의 마피(마이너스피)를 감수하고 지금이라도 던져야 할지 고민이 크다.
◇1억5000만원 웃돈 붙던 매물에 마이너스피
생활형 숙박 시설은 호텔과 주거용 오피스텔을 합친 상품이다. 서비스드 레지던스(Serviced Residence)라고도 한다. 2012년 장기 투숙 호텔 개념으로 도입돼, 분양받은 사람이 전·월세 임대 계약을 맺어 임대 수익을 내거나 호텔·콘도처럼 숙박 시설로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개별 등기도 가능해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일정 조건을 갖추면 전입신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로 부담이 커져 생활형 숙박 시설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한 생활형 숙박 시설은 876실 모집에 58만여 명이 몰려 평균 청약 경쟁률 657대 1을 기록했다. 웃돈만 1억5000만원이 붙어 거래됐지만, 현재는 분양가 대비 1억원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나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기가 높았던 생활형 숙박 시설 분양권의 가격 하락 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규제 틈새 상품으로 인기
그동안 생활형 숙박 시설은 아파트 등 주거 시설에 집중된 정부 부동산 규제를 피하며, 규제 틈새 상품으로서 풍선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다. 아파트와 달리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받으며 청약통장이나 청약 가점과 관계없이 분양이 가능하고, 지역 구분 없이 자유롭게 분양권 전매도 가능하다. 또 부동산 상품으로는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
1가구 2주택에 해당하지 않아 양도소득세를 일반 세율로 과세하고,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도 아니다. 숙박 업소 등록을 해주지 않는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 주택과 비교했을 때도 투자 상품으로선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러나 생활형 숙박 시설 역시 금리 인상 직격탄을 맞았다. 단타 투자 상품으로 인식돼, 계약금 정도만 낸 뒤 분양 대금 상당 부분을 대출에 의존한 투자가 많았던 만큼 금리 인상은 치명적이다. 시중은행 주택 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연 6%대다. 대출이 어려워지자 생활형 숙박 시설 수요가 뚝 끊기면서 가격 하락 압력을 심하게 받고 있다.
게다가 정부가 생활형 숙박 시설을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할 경우 이행 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 단속에 나서겠다고 하자, 한동안 편법으로 주거용으로 사용하던 장점도 없어졌다.
개인이 숙박 시설로 운영하기가 어렵고, 위탁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 수요 감소는 이미 예상됐다고도 볼 수 있다.
공급 과잉도 한몫하고 있다. 2022년 1~8월 강원도에서 인허가를 받은 생활형 숙박 시설은 총 273곳이다. 직전 4년(2018~2021년)간 인허가를 받은 263곳보다 많다.
◇출구 전략 찾는 생활형 숙박 시설
시장에서는 생활형 숙박 시설을 오피스텔로 전환해 출구 전략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0월 14일까지 생활형 숙박 시설을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수 있게끔 했다.
오피스텔로 용도를 바꾸면 주거용으로 살아도 이행 강제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최근 분양한 생활형 숙박 시설 단지들은 실거주하거나 합법적으로 임대를 주기 위해 오피스텔 용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용도 변경도 쉽지는 않다. 구분 소유자(한 동의 건물 일부에 대한 소유)가 있는 단지는 공용 부분 용도 변경을 하려면 개별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지구 단위 계획상 오피스텔 용도로 변경할 수 없는 지역도 있다. 지자체별로 정한 주차 대수 등도 생활형 숙박 시설과 오피스텔의 기준이 달라 지자체 조례 개정도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8개월 남은 유예 기간 내 오피스텔 전환을 하지 못하고 매수자도 찾지 못할 경우, 분양받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숙박 시설 운영밖에 없다.
◇은퇴 후 전략적 투자 접근 필요
투자 환경 변화 속에서 생활형 숙박 시설로 은퇴 이후 노후 준비를 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소액 계약금만으로 대부분을 대출에 의존한 채 저렴한 분양가에 프리미엄을 붙여 시세 차익을 실현하려는 단기 전매 투자는 자제해야 한다. 고금리 지속이 예상되는 만큼, 대출 이자 부담이 늘었기 때문이다. 시장 침체를 벗어나는 데도 상당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둘째, 생활형 숙박 시설은 숙박 시설인데도 편법으로 실거주 할 방법을 안내하거나 오피스텔 전환이 안 되는데 가능한 것처럼 안내하는 ‘편법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소유자가 직접 살다가 적발되면 이행 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분양 사무소의 ‘확정 수익률 보장’이라는 달콤한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분양 이후 상황을 예상해야 한다. 급매로 나온 좋은 입지의 생활형 숙박 시설이라도,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얻기 위해서는 객실 가동률이 어느 정도 나올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평균 객실 가동률이 70~80% 이상 나와야 고정 임대 수익과 함께 추가 운영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쉬어가는 것도 투자’라는 말이 있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수익형 부동산에도 하락기가 있다. 노년의 윤택한 삶을 준비하고자 하는 마음에 조급함이 있을 수는 있지만, 위험을 최소화하게끔 적기를 기다리는 인내심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