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뉴스1

극심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 절벽에 올 1분기 시장에 남아도는 D램 재고량은 근 4년 만에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과잉으로 D램 가격이 폭락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익성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의 공급 초과율은 112.5%에 달한다. 공급 초과율은 100%를 수요와 공급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경우로 가정하고, 숫자가 100%보다 높을수록 공급이 넘쳐나는 것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D램 시장은 공급초과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평균 거래가격이 대폭 하락할 정도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제품별 공급 초과율을 보면 PC(116.6%)와 모바일(116.4%) 제품의 재고 상황이 특히 심각했다. 서버(109.7%)와 그래픽메모리(107.6%)가 그 뒤를 따랐다.

D램 시장은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을 반복하지만, 공급 초과율이 110% 이상을 초과한 경우는 드물다. 지난 2008년 치열한 시장 경쟁으로 글로벌 D램 제조 업체들이 적자 상태에서도 공급을 늘리는 ‘치킨게임’을 했던 당시 공급 초과율이 115% 수준이었고, 그 후 2011년의 공급 경쟁에서 공급 초과율이 113%에 달했다. 이 여파로 독일 키몬다와 일본 엘피다 등 D램 업체들이 파산하기도 했다. D램 가격이 역대급으로 폭등했던 2018년 공급 폭증 여파로 2019년 1분기에도 공급 초과량이 114%에 달한 적이 있다.

실제로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D램(2기가비트 환산 기준) 평균 거래가는 0.47달러로, 지난해(0.78달러)보다 40%나 떨어졌다. 이런 추세는 2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보며 전체 영업이익이 1조원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4분의 1 토막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2일 키움증권은 SK하이닉스가 1분기에 영업적자가 3조2000억원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전 분기 적자(1조7012억원)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