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외환 위기 이후 25년여 만에 처음으로 12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에 빠졌다. 반도체와 중국 수출 부진으로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5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일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서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이 5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반면 수입은 늘어나 무역적자 행진이 1년째 이어졌다. 2023.3.1 /연합뉴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2월 무역 적자는 53억달러로 집계됐다. 작년 3월부터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무역 적자가 12개월 이상 지속된 것은 1995년 1월~1997년 5월 이후 25년 9개월 만이다.

수출 감소는 금액 기준으로 수출의 10% 반도체와 20%인 중국 수출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반도체는 수출액의 60%인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 수요 약세로 가격이 하락하고, 재고가 쌓이고 있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새 42.5% 급감해 7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대중(對中) 수출액은 24.2% 감소해 작년 6월 이후 9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대중 무역적자는 11억3800만달러로 작년 10월 이후 5개월째 적자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2월 수출도 501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7.5% 줄면서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 발생으로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던 2020년 3~8월 이후 2년 반 만이다. 여기에 지난 1월엔 소폭 감소세를 보였던 수입마저 2월엔 3.6% 불어나며 무역수지를 악화시켰다.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로 가스 수입액이 70% 넘게 불어나는 등 에너지 수입액이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결국 1월과 2월 두 달 만에 179억5600만달러(약 23조8000억원) 무역 적자가 났다. 연간 최대였던 지난해 연간 적자(477억8500만달러)의 38%에 달한다.

수출 감소로 무역 적자가 이어지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한국 경제 성장률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9%)보다 0.3%포인트 낮았다. 2021년에도 평균(5.7%)보다 한국(4.1%)이 낮았다.

경제성장률이 2년 연속 OECD 평균에도 못 미친 것은 1996년 OECD 가입 이후 처음이다.

2021년 한국 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은 2020년에 코로나 영향으로 다른 OECD 회원국 평균 성장률(-4.4%)이 크게 쪼그라들 때 우리가 선방(-0.7%)했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큰 위기도 없는 상태에서 OECD 평균을 밑돌았다. 올해는 성장률이 더 떨어져 ‘저성장 고착 원년’이 될 수 있다는 진단(대한상공회의소 전문가 대상 조사)이 나올 정도다. 한국은행은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1.7%에서 1.6%로 낮췄다. IMF는 지난 1월 ‘세계경제 전망’을 통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내다보며, 장기 저성장에 빠진 일본(1.8%)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수출 부진으로 경기 침체 장기화가 현실화할 수 있다”면서 “기업 투자가 늘 수 있도록 금리 불확실성을 줄이고, 수출 지원을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