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인공지능 챗봇인 ‘챗GPT’ 등장 이후, 대학가에선 과제·시험 악용 우려 때문에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선제적으로 AI(인공지능)를 수업에 접목하는 곳들도 생겨나고 있다.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올바르게 사용하자는 취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와튼스쿨의 이선 몰릭 교수는 올해 강의계획서에 ‘AI 활용법’을 명시했다. “학문적 정직 의무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챗GPT 같은 AI를 학문에 활용하라”는 주문이다. 학생들은 챗GPT를 활용해 글을 쓸 수 있되 챗GPT가 쓴 글이 사실인지, 근거가 있는지 등을 비교·검토해야 한다. 몰릭 교수는 “우리는 전자계산기가 있는 시대에 수학을 가르쳤다”며 “이제 교육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학생들에게 세상이 다시 어떻게 변했고, 그 변화에 어떻게 적응할 수 있는지를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다.
토드 마코버 MIT 교수도 이번 학기에 ‘창의력 배양하기(Cultivating Creativity)’라는 제목의 프로젝트성 강의를 열었다. 마코버 교수는 “어떻게 하면 AI를 인간 창의력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쓸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챗GPT를 강의에 도입한 대학이 나왔다. 서울사이버대는 올해 교양 과목 ‘메타버스 현황과 미래’에 챗GPT 사용을 필수로 제시했다. 과제를 낼 때 챗GPT가 작성한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한 것이다. 챗GPT를 사용하지 않으면 아예 감점을 준다는 방침이다. 정승익 서울사이버대 겸임교수는 강의계획서에 “유용한 툴을 활용해 본인의 사고 한계를 넘는 것도 수업의 한 부분”이라고 적었다. 성균관대와 한국외국어대도 챗GPT 같은 새로운 기술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좋은 방향으로 쓸 수 있도록 유도하거나 평가 방식을 유연하게 바꿀 방침이다.
일부 대학들이 챗GPT 같은 AI를 수업에 빠르게 도입하는 것은 AI의 확산을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빼앗는다는 주장도 있지만, 반대로 인간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줄 잠재력도 충분히 크다”며 “인간이 AI와 협업하면 기존보다 더 나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