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작년 4분기 세계 D램 반도체 시장이 전분기 대비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D램 제조사들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인 결과로, 이 가운데 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점유율이 4.4%포인트 증가했다.

3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세계 D램 시장 매출은 전분기 대비 32.5% 감소한 122억8100만달러였다. 세계 금융 위기가 닥쳤던 2008년 4분기의 감소폭(36%)에 근접한 수준이다. 트렌드포스는 “고객사들의 수요가 동결되자,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공급업체들이 가격을 낮추며 전체 ASP(평균 판매가격)가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여러 D램 가운데 특히 서버용 D램 가격 하락폭이 가장 컸다. D램 기술 규격 세대를 뜻하는 DDR4와 DDR5D의 서버용 제품 계약가격은 전분기 대비 각각 23~28%, 30~35% 하락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업체별로는 모든 기업의 매출이 하락했다. 1위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매출은 55억4000만달러로 전분기 대비 25.1%가 줄었다. 다만 시장점유율은 40.7%에서 45.1%로 뛰어, 시장 95% 이상을 장악한 ‘빅3′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했다. 2위 SK하이닉스(28.827.7%), 3위 미국 마이크론(26.423%)은 모두 점유율이 하락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인위적 감산을 선언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면서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고 평가한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이 가장 공격적인 가격 경쟁을 펼친 덕분에 전반적인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출하량을 늘릴 수 있었다”고 했다.

22년 3분기: 1달러=1341원=30.4대만달러, 22년 4분기: 1달러=1359원=31.3대만달러. /자료=트렌드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