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 고객 예금을 전액 지급하겠다고 12일 (현지 시각) 미국 금융당국이 선언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파산한 워싱턴뮤추얼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 위기 상황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적극 개입에 나선 것이다.
미국 재무부, 연방준비제도,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미국 은행 체계에 대한 신뢰를 강화해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한 결정적인 행동에 나선다”면서 “모든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을 인출할 수 있다”고 했다.
예금자보호 한도인 25만 달러(약 3억3000만원)를 넘는 금액도 전액 보증해서 13일부터 인출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SVB 사태로 주가가 폭락해 제2의 SVB라는 우려가 나왔던 시그니처은행도 이날 결국 폐쇄됐는데, 이 은행에도 전액 보증이 적용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재닛 앨런 재무부 장관으로부터 연준과 FDIC의 권고를 보고받고 모든 예금주를 완전히 보호하는 방식의 사태 해법을 승인했다. 다만, 이번 조치는 예금 외에 주식·채권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가 보유한 SVB 주식 2320만 달러(307억원), 462만 달러(61억원)는 구제 대상이 아니다.
13일 아시아 증시는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호주 S&P/ASX 200 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5% 하락했고,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 지수는 1.1%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0.67% 오른 2410.60에 거래를 마감했고, 상하이 종합지수는 1.17% 올랐다. SVB 폐쇄 여파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 보폭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에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2.4원 떨어진 1301.8원에 마감됐다.
전문가들은 SVB 사태가 글로벌 금융 시장에 미칠 충격을 아직은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발표(14일) 등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시장을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미국 SVB 파산 사태와 관련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고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