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생계비'(긴급 생계비) 사전 예약 개시 첫날인 22일 오후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모습.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소액 생계비 사전 예약이 시작된 이날 오후 9시부터 오후까지 접속 지연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저신용자 대상으로 50만~100만원까지 빌려주는 ‘긴급 생계비 대출’ 상담 예약이 시작된 22일,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신청자가 몰렸습니다. 홈페이지 개장 1시간 만에 대기자가 6000명을 넘어섰고 오후 늦게까지 접속 지연 사태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정부는 예약 가능 기간을 3주 더 늘리기로 했습니다.

이 상품은 신용점수 하위 20% 이하이고,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저신용자들이 대상입니다. 대출 연체 중이라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신청 당일 50만원, 6개월 이상 이자를 성실히 납부하면 50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금리는 연 15.9%이지만 금융 교육을 이수하면 최저 연 9.4%까지 낮출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50만원’ 소액 대출을 받으려고 구름 떼 같은 신청자가 몰렸다는 소식에 놀랍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장 50만원이 부족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을 줄, 저신용자들 생계가 이처럼 팍팍할 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닙니다. 금리 인상과 법정 최고금리 규제로 대부업체들마저 대출 문턱을 높인 탓에 최근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운 좋게 대부업 대출을 받더라도 금리는 법정 최고금리(연 20%) 수준입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4분기(10~12월) 가계 신용대출 현황을 공시한 대부업체 27곳 중 20곳(74%)이 연 20%로만 신규 대출을 해줬습니다. 일용직 노동에 생계를 기댔다가 최근 건설 경기 침체로 소득이 사라진 저신용자들로서는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이렇다 보니 대부업 대출 중개 플랫폼 게시판에는 휴대폰 비용 등 용도로 20만~30만원을 빌리려는 문의 글이 넘쳐납니다. 통상 불법 사채로 30만원을 빌리면 1주일 뒤에 이자를 합쳐 50만원을 갚아야 해 연이율이 3400%에 달하는데도 이런 문의 글이 쇄도합니다.

이번 긴급 생계비 대출 시행만으로는 불법 사채의 덫에 빠지는 벼랑 끝 저신용자들을 모두 구제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경제가 빨리 호전돼 50만원 대출에 저신용자들이 몰리는 씁쓸한 장면이 사라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