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2일(현지 시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기준금리 5% 시대’를 열었다. 2007년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금리다. 한국(연 3.5%)과 기준금리 차이는 1.5%포인트로 벌어져, 역대 최대였던 2000년 5~10월(1.5%포인트)과 같은 수준이 됐다. 한미 간의 금리 차이가 확대되면 한국에 투자됐던 외국인 자금이 더 높은 금리를 따라 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고 전망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연준 위원들이 예측한 올해 말 기준금리가 최고 연 5.25%로, 지금보다 0.25%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연준의 ‘금리 인상 마라톤’이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연준이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해석이 확산되면서 달러화 가치가 떨어져, 이날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9.4원 급락한 1278.3원에 마감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코스피가 0.31% 상승하고 코스닥은 0.15% 하락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일자리는 최근 몇 달간 증가했고,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높은 상태”라며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전년 동월 대비)로 8개월 연속 둔화되긴 했지만, 물가가 쉽게 꺾이지 않는 ‘끈적한 물가(sticky inflation)’ 현상이 지속됐기 때문에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 사태로 은행 위기가 고조됐기 때문에 금리 인상 폭은 최소한에 그쳤다.
22일 미 연준이 공개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표시한 표)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금리는 연 5.0~5.25%(중간값 5.1%)로 집계됐다. 현재 금리와 비교하면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한 차례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다.
다만 한·미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국은행이 오는 4월 금리를 동결하고, 5월 미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경우 금리 차이는 1.75%포인트까지 벌어져 사상 최대 폭이 된다. 지난 1월에는 한미 금리 차이 역전 등의 여파로 외국인 투자 자금이 52억9000만달러(약 6조5000억원) 순유출(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많음)됐다.
미국 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도 불안 요인이다. 이날 연준은 경제 전망 요약 자료에서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0.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직전 전망보다 0.1%포인트 낮춘 것이다. 릭 리더 블랙록 채권투자책임자는 “미국 1분기 성장률이 높은 상태인데도 연준이 올해 전체 성장률을 낮춘 것은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승헌 한은 부총재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다”며 “대외 여건 변화와 자본 유출입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