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서 최신 중저가폰을 사려면 선택지는 단 하나뿐입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40만원대 ‘갤럭시A34′입니다. LG전자는 지난 2021년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했고, 애플은 올해 보급형 ‘아이폰SE’ 신모델을 내지 않았고, 중국 폰은 국내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드니 기댈 곳은 삼성뿐인 겁니다.
삼성은 글로벌 시장에는 이달 초 ‘갤럭시A54′라는 추가 모델을 선보였지만, 국내엔 출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SK텔레콤에 단독으로 제품을 넘겨, 5~6월쯤 양자(量子)보안 스마트폰인 ‘갤럭시퀀텀4′로 개조해 출시한다고 합니다. 이름조차 난해한 양자폰에 특정 통신사 전용이라니 중저가를 찾는 이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왜 중저가폰은 이렇게 가뭄에 콩 나듯 나오는 걸까요.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업체들은 “한국 소비자들이 유독 최신, 최고 성능의 프리미엄폰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수요가 적다 보니, 공급도 적다는 논리죠. 스마트폰 시장 수요의 90%가량이 중저가폰인 인도네시아 등 신흥 시장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겁니다. 이들의 주장처럼 국내에선 신제품, 중고 할 것 없이 갤럭시S, 폴더블폰 Z 시리즈, 아이폰 고급 모델이 잘 팔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서 중저가폰의 비중도 35~40% 수준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조사한 작년 국내 ‘톱10 스마트폰’ 중 5개가 갤럭시A·M 시리즈와 같은 중저가 모델이었습니다. 중저가폰을 제조사에서 자급제 모델로 구매해,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와 결합하는 수요도 꾸준합니다.
프리미엄폰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다. 최신 갤럭시S 시리즈는 115만원, Z시리즈는 135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최고가 제품(Z폴드4 1TB)은 웬만한 냉장고 한 대 값인 240만원에 육박합니다. 비싼 스마트폰을 싸게 사기 위해 다 쓰지도 못 하는 고가의 5G 요금제를 억지로 신청하고, 가계(家計) 평균 통신비가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정말 중저가폰의 수요가 적은 걸까요. 경쟁이 사라진 상황에서, 선택지를 줄여 비싼 폰으로만 소비자를 내모는 것은 아닌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