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큰 폭의 금리 인상뿐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주장은 1980년대 미국의 만성 인플레이션을 잡았던 폴 볼커 당시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정책 경험에 근거하고 있다.
볼커는 베트남 전쟁과 두 차례 석유 파동으로 인플레이션이 경제의 만성 질병이 된 1979년에 취임해 8년간 연준 의장으로 재임했다. 그가 취임한 1979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1.8%였다. 이 수치는 1980년 4월까지 14.5%로 상승했다.
하지만 볼커는 취임하자마자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시작, 같은 기간 실효기준금리를 연 8.0%에서 연 17.6%로 9.6%포인트나 확 올렸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해지자 볼커는 잠시 금리를 연 9%대로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12%를 웃돌았다.
그러자 볼커는 다시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1980년 7월 연 9.03%던 금리를 1981년 6월 연 19.1%까지 급격히 끌어 올렸다. 은행들이 소비자들에게 대출해주는 우대금리는 연 21.5%까지 치솟았다.
고금리 긴축 정책의 효과로 물가는 잡혀갔지만 볼커는 이번엔 쉽게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 심리를 꺾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1982년 4월까지 금리를 연 12~14%로 유지했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 4~5년째인 1983년과 1984년이 되자 물가상승률이 각각 3.2%와 4.3%로 크게 떨어졌다. 그래도 볼커는 기준금리를 연 8~11% 수준으로 유지했다.
그가 금리를 연 8% 아래로 낮추며 본격적인 인하 작업에 들어간 것은 물가가 3%대에 안정된 1985년 5월이다. 취임 후 5년 9개월 뒤였다.
볼커는 경기 상황을 봐가며 금리를 내리다가도 물가 상승 조짐이 보이면 다시 급격히 인상, 금리를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유지하는 방식을 써서 물가를 잡는 데 성공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작년부터 금리를 5%포인트 이상 급격하게 올렸다고 해도, 볼커의 관점에서 보면 물가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요즘 미국의 통화정책은 제대로 된 물가 안정책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