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FIRE)족’이란 말은 원래 경제적 독립(Financial Independence)과 조기 은퇴(Retire Early)의 합성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파이어족은 은퇴를 일찍 하기보다는 돈에 얽매이지 않고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한다는 데 핵심이 있다. 이른바 ‘K파이어족’이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에 맞는 은퇴 모델도 따로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노후 소득은 세 가지 원천이 필요하다. 제2의 근로소득을 만들고, 자산을 불리고, 연금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 3박자를 갖춰야 은퇴 후 안정적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고 한다.

◇제2의 직업으로 근로소득 준비

우리나라는 2017년 이미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2%를 차지해 고령 사회로 접어들었다. 통계청은 2025년 우리나라의 고령 인구 비율이 20.6%로 높아져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전남(24.5%), 경북(22.8%), 전북(22.4%), 강원(22.1%), 부산(21.0%) 5곳은 이미 초고령 사회가 됐다.

고령화 시대의 은퇴자들은 저성장과 저금리에도 대비해야 한다. 최근 금리 인상 기조 속에서 저금리를 대비하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난 10년간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를 보면 연 1~2% 수준이었다.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때문에 일시적으로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을 뿐 벌써부터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정상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저성장은 소득의 정체, 채용 규모 축소에 따른 노후 일자리 감소와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 연금 축소를 불러올 수 있다. 게다가 저금리와 저성장이 동시에 닥치면, 이자 소득만으로는 노후 생활이 불가능할 수 있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2004년부터 매년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40만명 이상 늘었다. 제2의 직업으로 근로소득을 준비하고, 무작정 소비를 줄이기보다는 소비 구조 조정을 통해 소모성 소비는 줄이되 자기 계발을 위한 투자는 늘려가길 권한다.

◇부동산 출구 전략 짜라

은퇴가 다가올 때 부동산 자산에 대한 발 빠른 출구 전략도 필요하다. 부동산 등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면 향후 가치 상승 가능성과 안정성을 따져야 한다. 유지할지, 증여 등으로 이전할지, 연금으로 전환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대부분 부동산 자산을 가진 은퇴 예정자의 고민은 절세와 증여로 집중된다. 이때 부동산의 미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염두에 둬야 한다.

만약 미래 가치가 현재 가치보다 더 높을 것이라 생각하면 증여를 통한 자산 정리를 추천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가치는 올라간다는 가정 아래 미리 자산을 증여하면 증여 시점에 과세하므로 상속보다 세금 측면에서 유리하다.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거래가 줄어드는 시장 상황은 자산을 증여하기 좋은 시점일 수 있다. 특히 증여세 면제 한도는 미성년 자녀 2000만원, 성년 자녀는 5000만원까지인데 이는 10년이 지나면 면세 한도가 다시 초기화되어 미성년 자녀 총 4000만원, 성년 자녀 총 1억원까지 면제 가능하다.

◇세제 혜택 커진 연금저축, IRP 활용

‘3층 연금’이라고 부르는 공적 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등), 퇴직연금, 개인연금 중에서 짧은 기간에 연금 소득 재원을 늘릴 수 있는 것은 개인연금이다.

공적 연금은 수입과 비례한 금액을 납부하기 때문에 연금액을 대폭 늘리기는 어렵다. 물론 추가 납입 같은 방법이 있지만, 연금 수령액이 일정액을 초과하면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돼 은퇴 후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정부에서 다각도로 연금 형식으로 수령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일시금으로 받는 비율이 아직까지 98%를 넘는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노후 자금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개인연금은 소득 수준과 경제 상황에 따라 연중 어느 때라도 보험료를 내면 된다. 특히 올해부터 세제 혜택이 강화됐다. 연간 납입액 기준으로 연금 저축은 최대 600만원까지,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최대 300만원까지 해서 총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이미 가입했어도 보험료를 더 내면 16.5%(또는 13.2%, 지방소득세 포함)까지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개인연금의 연금 수령 방법은 ‘종신형’을 추천한다. 평균 수명이 늘었고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5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고, 10년 이상 유지했을 때 비과세 혜택이 부여된다. 개인연금은 아직은 건강보험료 부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를 고려하면 다른 소득 대비 실질 수익률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돈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은퇴를 꿈꾸는 수많은 K파이어족이여. 지금부터 자신에게 맞는 은퇴 모델을 계획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노후를 재산이 줄어드는 걱정에만 휩싸여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