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허창언 보험개발원장이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케틀벨(쇠로 만든 공에 손잡이가 달린 운동기구)을 들어올리고 있다. 그는 꾸준한 근력운동이 결국 '일하는 근육'을 만들었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출근하기 전 나만의 루틴이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서울 여의도에 있는 피트니스센터에 들러 하루는 달리기와 근력 운동을, 또 하루는 수영을 번갈아가면서 한다. 씻고 아침 8시에 나와 집무실 시계를 보면 딱 8시 15분이다. 주말에는 하루는 골프를 하고 또 하루는 산에 오른다. 일주일에 다섯 가지 운동을 하는 셈이다.

어린 시절 장티푸스를 앓고 나서 한동안 허약 체질이었다. 또래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형들이 쓰던 아령이나 완력기를 기웃거렸던 게 시작이었다. 그 후 초등학교 때 학교 배구 선수로 뛰었다. 중·고교 시절도 허구한 날 짜장면 걸고 내기 축구를 했다. 대학생 땐 검도부에 들어 매일같이 도장에서 살았다. 검도하기 전 명상 시간이 좋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조금 과도할 정도로 운동에 집착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금융감독원에서 공보실 국장을 할 때 ‘서울 법대 체육과 출신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듣기도 했다. 전날 업무상 술자리가 있더라도 새벽같이 출근해 원장실 앞에서 보고하려고 대기하는 나를 보고 기자들이 그렇게 말했다(사실은 무지 힘들어도 버텼을 뿐이다).

요즘 친구들처럼 ‘3대 300(스쿼트·데드리프트·벤치프레스로 들어올릴 수 있는 무게의 합이 300kg)’식의 숫자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래도 이 운동 습관 덕인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금융보안원, 신한은행, 지금의 보험개발원까지 다섯 조직을 거치면서 40년 가까이 일해도 아직 몸이 고장난 적이 없다.

운동으로 쌓은 근력이 그대로 ‘일하는 근육’이 됐다. 한은 조사제2부 시절 매달 수작업으로 통계를 분석하느라 밤샘 근무를 할 때도 거뜬한 편이었다. 우리 경제가 IMF 외환 위기, 카드 사태, 리먼브러더스 사태, 저축은행 사태 같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휴일까지 반납하며 일했지만 체력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좋은 컨디션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동료들과 맺은 관계도 원만하게 해줬다. CEO가 된 지금은 운동 열심히 하는 직원 보면 ‘거 참 일 잘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보험개발원에 오면서 인슈어테크(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보험 산업 혁신) 기반을 닦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평소 웨어러블 기기로 가입자의 혈압이나 체성분 같은 건강 정보를 저장했다가 보험 요율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만 해도 임기가 가쁘다. 그래서인지 요즘 ‘마음 근육’을 기르는 데 관심이 간다. 일에 매몰될수록 뇌가 멍해지는 무아(無我)의 세계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운동으로 몸의 근육을, 명상으로 마음 근육을 기르다 보면 일하는 근육은 저절로 붙을 수밖에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