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율리아 스비리덴코(Yulia Svyrydenko) 우크라이나 수석부총리 겸 경제부장관이 2023년 5월 16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불과 70년 전에 이곳이 한국전쟁으로 폐허였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우크라이나에서도 같은 기적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석을 위해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율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수석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16일 서울 신라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서울의 풍경을 보며 희망을 말했다.

이날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스비리덴코 부총리는 “전쟁을 피해 모국을 떠난 500만 우크라인들이 희망을 찾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만드는 게 내 임무”라며 “우크라 재건 사업은 한국 정부와 기업에게도 큰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 프로젝트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제2 마셜플랜, 한국 기업도 오길

우크라 재건 사업은 2차 대전 이후 유럽 재건을 위해 펼쳐졌던 ‘마셜 플랜’에 비견되는 대규모 재건 프로젝트다. 우크라 정부 추산에 따르면 재건 사업 규모는 약 8932억달러(약 1200조)에 달한다. 우크라 정부는 단순히 전쟁으로 황폐화된 사회기반시설을 복구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우크라의 미래를 견인하는 발전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각국 정부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 유럽투자은행(EI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이 차관 및 투자 형태로 프로젝트를 제시하며 재건 사업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스비리덴코 부총리는 한국 기업과 협력할 수 있는 우크라 재건 사업의 핵심 중 하나로 에너지를 꼽았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에는 4기의 원전 발전소가 있고 2기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라며 “이밖에 친환경 에너지와 그린 수소 분야에 관심이 많고,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한군 기업들과의 협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원전 등 인프라 구축에서 한국 기업은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SMR(소형모듈원전)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하고 지난달 협력계약을 맺었다.

◇脫중국·EU시장 진출 기회 될 수 있어

스비리덴코 부총리는 우크라 재건 사업이 한국에게도 좋은 기회가 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먼저 한국 기업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대체의 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는 리튬, 철광석 등 매장 자원이 많고 수자원도 풍부하다. 숙련된 인력이 많은 것도 장점”며 “중국에 치우친 생산기지를 옮기기 위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유럽으로 가는 교두보라는 지정학적 위치도 우크라 투자의 장점이다. 그는 “한국의 높은 기술력과 우크라이나의 풍부한 자원이 만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우크라 내수 시장 뿐 아니라 유럽 시장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예로 그린 스틸(친환경 철강)을 들었다. 그는 “우리는 철광석 매장량이 많은데 한국 기술과 함께 그린스틸을 생산하게 된다면 내수 시장 뿐 아니라 EU 시장도 커버할 수 있다”고 했다. 독일, 스웨덴 등 유럽 자동차 업계는 탈탄소를 위해 차량 제조 과정에서 그린 스틸을 추구하고 있다.

그는 이같은 재건 프로젝트의 이유로 우크라 국민들을 꼽았다. 스비리덴코 부총리는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는 우크라 국민들이 무고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우크라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한국이 좋은 파트너가 돼 달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시간문제 일 뿐”이라며 “비슷한 경험을 갖고 있어 무한한 지지를 보내주고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