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의 자국 시장 퇴출을 시사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의 중국 내 종속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물량의 40%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의 40%, 다롄에서 낸드플래시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최첨단 제품은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범용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략이다. 당초 반도체 업계에선 미국의 대중 규제가 강화되면서 삼성·SK가 10년 내에 중국 반도체 생산 라인을 철수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미국이 자국 반도체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에 10년간 중국 투자를 제한하면 중국 내 공장이 시간이 지날수록 쓸모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반격을 가하며 한국 기업들의 공장이 중국 입장에서는 강력한 무기가 됐다. 중 당국이 ‘안보 심사’를 이유로 마이크론의 제품을 100% 차단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 생산을 하는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리스크에선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평택 등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제품엔 안보 문제로 제한을 둘 수 있어도, ‘메이드 인 차이나’인 현지 공장 제품에는 딴지를 걸기 어렵고 오히려 적극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향후 미·중 반도체 전쟁이 심화되더라도 삼성·SK는 현지 공장을 무기로 중국에서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마이크론 물량의 대체재가 시급한 만큼 삼성·SK의 현지 공장에 보이지 않는 혜택이 주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다만 미국의 규제 리스크는 오히려 높아졌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반입을 금지시키면서 삼성·SK에는 1년간의 유예 기간을 줬다. 최근 유예 기간을 추가로 연장해주겠다는 분위기가 우세했지만, 중국의 태도 변화로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첨단 장비 도입을 금지하겠다고 나서면, 삼성·SK가 중국 내 생산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불가능해지면서 현재 수준의 반도체만 계속 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