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외국계 기업의 무덤’으로 악명이 높지만, 여전히 세계 최대 가전·TV·스마트폰 시장이다.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국내 전자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갖은 고초를 겪고도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며 버티는 이유이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현지 브랜드와 저가 경쟁을 하는 ‘박리다매’식 경쟁은 승산이 없다”며 “한국 기업들은 기술력을 앞세운 초고가 제품으로 중국 갑부들의 지갑을 노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최대 가전전시회인 AWE(Appliance & Electronics World Expo)에서 89형 마이크로 LED를 처음 선보였다고 31일 밝혔다. 2023.5.31/삼성전자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출고가 9만달러(약 1억 1800만원)에 달하는 초고가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선보였다. 마이크로LED TV는 삼성전자 TV 제품군 중에서도 가장 밝은 빛과 최상급 화질을 구현하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가로 2.4m, 세로 1.4m 수준(89형)의 ‘초대형 TV’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1억7000만원 수준의 110형 마이크로 LED TV를 중국·유럽·북미 등에 출시했는데, 중국은 그중에서도 해당 제품이 가장 많이 팔린 지역이었다. 초고가 제품이 잘 팔리자 올 들어 ‘억대 TV’의 라인업을 늘린 것이다.

LG전자도 초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매년 꾸준하게 2조~3조원 정도의 매출을 현지 시장에서 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20년 두루마리처럼 말 수 있는 ‘롤러블TV’를 중국 시장에 선보였다. 1억원이 훌쩍 넘는 초고가품이다. 이와 함께 화면을 구부릴 수 있는 ‘벤더블 TV’, 97형의 초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고가 제품군을 중국 시장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 중견 가전 기업들의 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쿠쿠는 중국에 다양한 요리를 할 수 있는 프리미엄 밥솥을 출시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생선찜이나 묽은 죽을 밥솥으로 만들 수 있고, 요리 과정을 중국어 음성으로 안내해준다. 현지 브랜드 밥솥 10만원대인 것과 다르게, 쿠쿠의 밥솥은 가격이 30만~6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미용 기기인 LED 마스크를 생산하는 셀리턴은 2021년 중국 유명 백화점 SKP 입점으로 ‘하이테크 명품 뷰티 기기’의 이미지를 쌓으며 일본 제품 일변도인 중국 미용 기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