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인성

올해 초 남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강모(29)씨는 내년 식장을 잡고 결혼 준비를 하다가 고민에 빠졌다. 금반지, 금목걸이 등을 예물로 맞추려고 했는데 금값이 더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강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값이 너무 비싼 것 같아 예비 신랑과 예물을 간소하게 하자는 얘기를 했었는데, 요즘은 좀 진정되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며 “아직 결혼식까진 시간이 있으니 한두 달 동안 금값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때 국내에서 g당 8만원 대까지 치솟았던 금값이 최근 하락세를 보이면서 금을 ‘저점 매수’해야 하는지 ‘손절매(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것)’해야 하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씨처럼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들은 언제 예물을 맞춰야 할지 타이밍을 재고 있는가 하면, ‘금테크(금으로 하는 재테크)’를 하는 투자자들은 금을 팔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미 전 고점에 근접했던 금값이 빠지고 있어 금값의 상승 동력이 부족하다는 의견과 미·중 갈등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강해지면서 금값이 장기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래픽=양인성

◇5월 고점 뚫지 못하는 금값

금값은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촉발돼 금 같은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달러 일변도의 외환 보유액 구성을 바꾸려는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금을 매수하는 등 다양한 요인이 금값의 고공 행진을 이끌었다. 일각에선 “국제 금값이 2020년 8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인 트로이온스(약 31.1g)당 2069달러(약 264만원)를 넘는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국제 금 시세는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금 선물 가격이 지난달 트로이온스당 2055.70달러(약 262만원)까지 올랐다가 역대 최고점을 넘어서지 못하고 기세가 꺾었다. 최근엔 1950달러(약 249만원)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국내 금 시세 기준으로도 지난달 g당 8만6720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국내 금 가격은 g당 8만270원에 마감했다. 연초보다는 6%가량 올랐지만, 올해 고점에 비하면 7% 떨어진 것이다.

◇금테크족, 예비 신부는 골머리

금값이 주춤하자 금테크족이나 예물을 맞춰야 하는 예비 신혼부부들은 금값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투자 커뮤니티에선 “최근 달러도 하향세인데 금값이 앞으로 오르지 않겠느냐” “금값이 요즘 비싸다고 해서 돌반지를 팔려고 했는데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달러가 약세로 가면, 달러로 표시한 국제 금값은 오르는 경향이 있다.

예비 신혼부부들도 고민이 많기는 매한가지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예비 신부 안모(34)씨는 “내년 3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지만, 예물을 식보다 11개월이나 이른 지난 4월에 맞췄다”며 “금값이 오를지 내릴지 재면서 고민하다가 그냥 빨리 예물을 맞춰버리니 속이 후련하다”고 했다. 금값이 한창 오를 4~5월 당시 예비 신부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식장을 예약하자마자 반지부터 맞췄다” “결혼 비용을 생각하다 보니 일찍 결혼한 사람이 제일 부러운 것 같다”는 내용의 글들이 연일 올라오기도 했다.

◇향후 금값 전망은 엇갈려

향후 금 가격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외환보유액에서 금 보유량을 늘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전 고점에 근접한 금 가격의 향후 상승 여력이 불확실하다”며 금 매입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에 따른 불확실성이 6월 이후 사라진다면 금 투자 환경이 우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과 유로존 중심의 경기 둔화와 지정학 리스크는 안전 자산 수요를 높일 것이며, 실제로 금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량도 늘고 있다”고 했다. 다만, “금 가격이 역사적 고점을 넘어설 수 있는 동력은 약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퍼시픽투자운용의 펀드매니저 그레그 셰어나우는 “금값이 다소 고평가되어 있지만, 중앙은행들이 달러에서 벗어나 보유 자산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어 금값의 장기 전망은 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