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우리나라의 해외 금융투자액이 늘어난 데는 서학개미(해외 주식 투자자)의 약진이 큰 역할을 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1년 78억달러(약 10조원)에 불과했던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액은 2021년 2592억달러로 33배 급증했다.

서학개미들은 2020년 코로나 발생 직후 글로벌 증시 급등 분위기 속에 투자를 늘렸다. 중학개미(중국 주식 투자자)·일학개미(일본 주식 투자자)에 이어 불개미(프랑스 주식 투자자)까지 등장했다.

테슬라·애플 등 해외 주식에 거부감이 적은 젊은 층들이 서학개미의 투자를 주도한다. 이들은 국내 주식보다 해외 주식에 곧바로 발을 담그는 경우도 많다. 회사원 김모(31)씨는 “수익성이 낮은 국내 주식보다 글로벌 기술 흐름을 선도하는 미국 IT 주식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며 “주변 많은 친구들도 비슷한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서학개미 잡기에 나서고 있다. 작년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미국 증시가 폐장한 한국 낮 시간에 미국 주식을 거래하는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채권 투자 규모도 급증했다. 2010년 33조2070억원에서 2021년 320조50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불었다가 작년에는 304조2000억원으로 다소 꺾였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해외 자산 투자는 2010년 369억달러(약 47조원)에서 2021년 2050억달러까지 6배 가까이 커졌다가 작년에는 1693억달러로 줄었다.

해외 투자가 크게 늘자 기획재정부는 하반기 중 증빙 서류 없이 가능한 해외 송금 한도를 연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높이고, 대형 증권사의 고객 대상 환전을 허용하는 등의 외환제도 개편 방안을 하반기 중 시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에서 비중이 2% 정도밖에 안되는 국내 증시를 벗어나 해외 증시로 투자자들이 눈을 돌리는 것은 경제 성장에 따른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과도한 쏠림에 대한 경고 목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 임원은 “중국에 투자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의 경우 1조원 넘는 손실을 본 경우도 있다”며 “글로벌 증시 과열 지적도 나오는 만큼 신중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