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증시 초입에서 전기차 관련주들이 랠리(강세장)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 등 미국 전기차 기업의 2분기(4~6월) 판매 실적이 월가 예상을 뛰어 넘으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덩달아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도 함께 오르는 모습이다. 지난 3일 20% 넘게 오른 코스닥 상장사 에코프로의 시가총액은 24조원대로 불어나 코스피 시가총액 13위 기업 카카오를 제쳤다. 이런 기세가 하반기 내내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상보다 더 잘 팔린 전기차
3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선 전기차 관련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신호탄을 쏜 건 테슬라다. 테슬라는 전날보다 6.9% 급등한 279.82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2분기 차량 인도량이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이뿐 아니다. 한때 테슬라의 대항마로 꼽히기도 했던 미국의 전기트럭 스타트업 리비안도 이날 전날 대비 17.4% 급등한 19.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분기 전기차 인도량(1만2640대)이 시장 전망을 10%가량 웃돌았다는 뉴스 때문이다. 리비안의 2분기 차량 인도량은 전년 동기보다 180%, 직전 분기보다 59% 늘었다. 이에 경쟁 업체인 루시드와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 리오토 주가도 각각 7.3%, 4.2%, 3.4% 오르는 등 ‘전기차 랠리’가 이어졌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4일 리비안 관련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리비안에 전기차 부품을 공급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날 장중에 7.4% 오른 4만34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동국알앤에스, 알멕, 에코캡 등이 각각 12.7%, 5.4%, 5.7%씩 상승했다.
◇에코프로 시총, 카카오 넘어서
시장이 주목하는 건 코스닥의 대표적인 2차전지주 ‘에코프로’ 형제다. 3일 에코프로 주가는 테슬라 판매 실적 호조에 힘입어 20.4% 오른 90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4조1000억원 늘어 24조1779억원이 됐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3위인 카카오(22조6493억원)나 17위 KB금융(19조6308억원)보다도 몸집이 커진 것이다.
4일 에코프로는 전날 대비 2.4% 빠진 88만6000원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시장에선 상승 기대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에코프로에 대한 외국인 공매도에 대한 되돌림 현상이 벌어지면서 주당 100만원 선도 돌파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까지 나온다. 전날 외국인은 에코프로를 3245억원어치 순매수해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실었다.
에코프로의 자회사이자 ‘형제주’로 불리는 에코프로비엠은 3일 5.8% 오른 데 이어 4일엔 리비안 호재로 장중에 12.9% 오른 29만7500원까지 치솟았다가 27만4500원에 마감했다.
◇2차전지 하반기 전망은?
증권사들은 최근 각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늘어나는 분위기가 2차전지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5월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172만대를 기록한 가운데 그간 판매가 부진했던 유럽과 미국에서도 각각 38%, 57%씩 증가했다. 중국 내 판매량도 60% 늘었다. 한화투자증권 보고서는 “앞으로 테슬라, 아우디, GM 등의 신차 출시가 예고되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이 3개 지역에서의 판매량 증가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예상보다 견조한 전기차 판매량 회복세와 실적 개선 기대감, 신규 수주 모멘텀이 재차 부각되며 2차전지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자동차 탄소 배출 규제 기준을 강화한 데다, 중국의 자동차 구매세 감면 정책이 4년 연장되는 등 유리한 대외 변수도 중장기적인 호재로 거론된다.
하지만 증권가 일각에선 2차전지 업체 주가가 하반기에 단기적으로는 조정 국면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가 하락이나 중국 내 공급 과잉, 중국 업체들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우회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