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생산이 살아나며 경기 부진 완화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일 ‘10월 경제동향’을 내놓고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 9월 경제동향에선 ‘경기 부진 완화’란 표현을 뺐는데, 이달엔 다시 집어넣으며 경기 회복 신호를 보다 명확히 봤다는 해석이다.
KDI는 올 1월 경기가 둔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본 뒤 5월까지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려왔다. 그러다 6월부터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 이후 점차 경기가 저점을 지나 부진한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 같은 경기 회복 흐름의 주된 근거는 반도체란 게 KDI 설명이다. KDI는 “반도체 생산이 회복되며 제조업 부진이 완화됐다”며 “제조업에서 생산 감소 폭이 크게 축소되고 평균가동률이 반등하는 등 부진 완화를 시사하는 신호가 점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8월 반도체 생산은 인공지능(AI) 서버 관련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늘며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3%로 증가 전환했다. 전월 대비로도 13.4% 증가를 기록하며 8월 광공업 생산 증가세(5.5%)를 이끌었다.
다만 고금리·고유가 등 대외 불확실성 때문에 제조업 기업 심리는 위축된 모습이다. 10월 제조업 업황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9로, 비제조업(77)보다 낮았다.
당분간 대외 불확실성이 경기 회복 흐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게 KDI 진단이다. KDI는 “미국의 통화 긴축 장기화 기대가 확산됨에 따라 국내 시장 금리도 상승하면서 경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소비 여력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번 10월 경제동향에선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사태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번 사태로 특히 국제유가 불안이 커져 대외 불확실성은 더 높아지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