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로고. /연합뉴스

구글이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의 국내 가격을 단번에 43% 인상했다. 2016년 말 국내 출시 이후 두 번째다. 당초 유튜브 프리미엄은 월 8690원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약 4년 만인 2020년 9월 요금을 1만450원(20% 인상)으로 인상했고, 3년여 만에 또다시 1만4900원(43% 인상)으로 대폭 올린 것이다.

8일 구글코리아는 유튜브 고객센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유튜브 측은 “여러 경제적 요인들에 따라 가격 조정을 결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 국내 월 사용자 수가 4070만명에 달하는 ‘국민 미디어’가 한꺼번에 40% 이상 ‘폭탄 인상’을 한다는 소식에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달이 내는 통신비처럼 사실상 고정 지출이 된 유튜브 이용료가 하루아침에 크게 오르면서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올 들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주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이어 OTT의 절대 강자인 유튜브마저 이 대열에 합류하면서 “디지털 독점 세상의 서막이 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몇 년 새 TV, 영화관 등 전통적인 콘텐츠 소비 방식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서서히 시장을 장악해나간 빅테크들이 이제는 독점적 지배력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을 ‘잡아둔 물고기’ 취급하며 수익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신규 가입자는 8일부터 월 1만4900원을 내야 광고 없이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이용할 수 있다. 기존 가입자는 최소 30일간 원래 가격이 유지되고, 다음 결제일부터 월 4450원을 더 내야 한다. 다만, 2020년 9월 이전에 구독을 시작한 경우 3개월 동안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

◇'국민 미디어’ 된 유튜브… 가격 인상에 “한숨만”

팬데믹 기간 동안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다른 OTT들이 인기를 끌면서, 일찍이 국내 기반을 다져온 유튜브는 단숨에 ‘국민 미디어’가 됐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0월 국내 유튜브 총 사용 시간은 1044억분이다. 지난 2018년(395억분)과 비교하면 5년 새 2.6배로 늘어났다. 국내 대표 앱인 카카오(319억분)의 3.3배, 네이버(222억분)의 4.7배 수준이다. 유튜브 측은 국내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 수를 공개하진 않고 있지만, 월 사용자 수만 4070만명에 달하는 만큼 광고를 시청하지 않는 유료 가입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단번에 43% 인상은 과도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이모(58)씨는 “영상을 보는데 하도 광고가 나와서 1년 전부터 프리미엄에 가입했다”며 “한 달에 1만원 정도는 감수하겠는데, 갑자기 5000원씩 더 내라고 하니 열불이 난다”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김모(27)씨는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영상을 보는 도중 10초짜리 광고를 보는 불편을 감수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언제 또 가격을 올릴지 몰라 갑갑하다”고 했다.

유튜브는 이번 가격 인상이 물가 상승 등 각종 경제적 요인에 따라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유튜브 측은 “심사숙고를 끝에 3년 만에 국내에서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며 “변경된 가격은 서비스 및 고객 지원을 개선하고, 크리에이터(창작자)와 아티스트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결정됐다”고 했다.

◇본격화되는 글로벌 ‘스트림플레이션’

주요 글로벌 OTT 서비스들이 수익화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또 다른 OTT 공룡인 유튜브까지 가세하면서 “글로벌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됐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넷플릭스는 지난달 국내에서 계정 공유를 제한하기 시작하면서 추가 인원당 5000원을 더 내도록 했고, 디즈니플러스는 국내에서 광고 없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월 9900원에서 1만3900원으로 4000원 인상했다. 토종 OTT인 티빙도 이달부터 국내 요금을 평균 20% 올렸다.

유튜브는 올 들어 세계 곳곳에서 각국의 경제 상황에 따라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을 월 11.99달러에서 13.99달러로, 8월 영국에서 11.99파운드에서 12.99파운드로 올렸다. 인상 폭은 8~16%로 크지 않지만, 국내 가격에 비해 많게는 6500원가량 비싸다. 튀르키예의 경우 최근 29.99리라에서 57.99리라로 100% 인상됐지만, 원화로 월 약 2700원 수준이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 같은 1위 사업자는 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있다”며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묶은 상태에서 가격을 멋대로 좌우하는 꼴”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영업이익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 유튜브가 경영이 어려워 가격을 올린다는 말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유튜브는 최근 영상에 제품 구매 링크를 올리는 쇼핑 기능을 도입하고, 자체 게임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OTT업계 관계자는 “가입자가 꾸준히 유입됐던 호황기가 지나가고 OTT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수익을 낼 방도를 찾는 과정에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