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비판했던 윤석열 정부가 작년 말부터 유류세 인하 연장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백지화 등 감세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전기 요금 지원과 농·축·수산물 할인 등 재정 지출을 늘리는 정책도 함께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원 마련 대책 없이 세금을 깎아주거나 재정 지출을 늘리는 정책은 재정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정부가 금투세를 백지화하겠다고 하는데, 주식에 관해 세금을 일절 안 받겠다는 오해를 부른다. 신중해야 했다. 줄어드는 세금을 어떻게 메울지 구체적으로 방안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금투세 ‘폐지’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썼다. 선거용이라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국제 유가가 떨어졌는데 올해 초까지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계속 끌고 가는 것도 아쉽다. 유가에 맞춰 인하 폭을 줄이거나 인하 조치를 중단하는 게 맞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여야는 지난 2022년 말 금투세를 2년 유예해 2025년에 도입하되, 그 기간에 증권거래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두 세금은 한 묶음인데 금투세를 백지화하면서 증권거래세도 계속 낮추겠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증권거래세 인하 계획을 수정해야 세수 결손 우려가 나오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물가 잡겠다며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는데, 정부는 숙박 할인 쿠폰 등에 재정을 풀겠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제2 금융권에서 대출받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거나, 2000만원 이하 빚을 갚으면 연체 기록을 지워주는 ‘신용 대사면’ 같은 정책은 금융 안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21년 신용 대사면을 했더니 자영업자 대출이 10% 넘게 증가했고, 결국 부실 대출로 이어졌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정부의 상반기 목표가 2%대 물가 안정이다. 그런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의 65%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한다. 돈을 풀면서 물가 잡기가 가능한가. 금투세 백지화나 임시 투자 세액공제 연장 등 주요 정책은 설명도 없이 일단 발표부터 했다. 반려동물 진료 100대 항목에 대해 진료비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줄 때 세수 추계도 안 했다. 건전 재정을 외치지만, 돈 안 걷겠다는 게 전부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