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시작된 아파트 주택 담보 대출 갈아타기가 시행 초반 흥행을 거두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 경쟁이 확대되면서 소비자의 대출 이자 부담이 경감되는 효과가 크다는 평가와 함께, 금융권 일각에선 경쟁이 과열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이 지난 18까지 받은 주택 담보 대출 이동 신청 건수는 9271건으로 전체 신청액은 1조5967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대출 갈아타기를 가장 많이 유치한 은행(약 8700억원)과 가장 적게 유치한 은행(약 600억원)의 격차가 15배에 달할 정도로 은행 간 희비가 엇갈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은행의 경우 실적을 올리기 위해 공격적인 대출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금리 인하 효과 있지만
대출 갈아타기로 대출자들은 낮아진 금리 부담을 체감한다. 2018년 11월 은행에서 연 5.4%로 1억7000만원을 빌린 A씨는 이번에 대출을 갈아타면서 연 3.6%의 금리를 적용받았다. 한 달 원리금 상환액은 25만원 줄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주택 담보 대출 갈아타기가 완료된 대출의 평균 금리 인하 폭은 1.5%포인트에 달한다. 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절감액도 337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선 은행 간 경쟁 과열로 인한 ‘제살 깎아 먹기’를 우려하고 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조달 금리 밑으로 대출 금리를 제시하면서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 기준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주택 담보 대출 금리를 정하는 은행채(무보증 AAA 기준) 5년물 금리는 연 3.9% 정도다. 하지만 주요 은행들은 주택 담보 대출 갈아타기 최저금리로 이보다 낮은 3.7%대를 제시하고 있다. 한 지방은행은 최저 대출 금리가 연 3.1%인 갈아타기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최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를 정해놓고 운영 중”이라면서 “고객을 유치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고려하면 감당할 만한 정도”라고 말했다.
낮은 금리를 찾아 이동하는 ‘메뚜기족’들이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주요 은행들은 대부분 3년 내 대출을 갚으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지만, 경쟁이 격화하면서 중도상환수수료 면제 정책을 펴는 은행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카카오뱅크만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없어지면, 대출 갈아타기 후 6개월이면 다시 갈아타기가 가능해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경쟁으로 대출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은행의 건전성도 중요하다”면서 “금융 당국이 적절한 선을 잘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갈아타기 후 주택 구입 주의해야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날 주택 담보 대출 갈아타기 후 새로 집을 샀다가 대출을 즉시 갚아야 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B씨는 집을 사면서 이용한 보금자리론을 낮은 금리의 은행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택 담보 대출로 갈아탔는데, 최근 은행으로부터 주택 추가 매수 금지 약정을 위반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B씨는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담보대출이라는 것을 몰랐다”면서 “은행이 대출금을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주택 구입 목적으로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았지만, 소유권 이전 등기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뒤 이를 갈아타면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대출로 취급된다. 그런데 2018년 9월 이후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을 때는 새로 집을 사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해야 한다. 결국 B씨처럼 대출을 갈아탄 이후 새집을 구입하면 약정 위반으로 대출 즉시 상환, 3년간 주택 관련 대출 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금감원은 또 “버팀목 전세 자금 대출을 받은 임차인이 임대차 계약 중 거주지로부터 퇴거하는 경우, 은행이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은행 신용 대출을 장기간 연체할 경우 담보로 제공하지 않은 주택청약종합저축을 상계(相計)처리될 수 있어 청약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