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 12월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모습.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2500만 외국인 중 한국인이 696만명(27.8%)으로 가장 많았다./연합뉴스

짧은 시간 한국을 다녀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씀씀이가 연간 10조원대를 회복했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비거주자)이 지난해 국내에서 쓴 돈은 작년 3분기 말까지 11조4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연간 20조원을 기록했던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소비액은 2021년 6조 원대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2022년에 9조원대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9월 사이 이미 전년도 수치를 넘어선 것이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이전인 1980년대까지는 우리 국민이 해외로 나가 쓴 돈보다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와 쓴 돈이 더 많았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발전하고 해외여행이 본격화하면서 차차 내국인의 해외 소비가 급증해 2007년에는 내국인의 해외 소비가 외국인 국내 소비의 5배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다 한류 바람을 타고 2012년 외국인 관광객이 1000만명을 돌파한 것을 기점으로 외국인이 한국에서 쓴 돈이 연간 10조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다만 외국인들의 국내 소비가 늘어나는 속도만큼 내국인들의 해외 소비도 빠르게 회복되는 중이다. 작년 3분기까지 내국인이 해외에서 쓴 돈은 총 20조5331억원으로 외국인 국내 소비의 1.8배에 달했다.

최근 기록적 엔화 약세에 따라 제주도 대신 일본으로 떠나는 내국인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는 내국인의 해외 소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2507만명 가운데 한국인이 696만명(27.8%)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일본 관광객은 232만명으로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33%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나가는 내국인을 붙잡을 수 없다면, 들어오는 외국인을 늘리고 이들의 씀씀이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2000만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 중국 관광객에게만 한시적으로 적용했던 단체 관광 비자 수수료 면제를 올해까지 연장하고, 대상도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인도·캄보디아로 확대한다. 올해 5월 예정된 ‘듀티 프리(면세) 페스타’의 할인 폭을 최대 20%에서 30%로 확대하고, 기간도 31일에서 40일로 늘려 외국인의 국내 소비를 촉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