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HAP PHOTO-0584> (FILES) US and Chinese flags are seen before a meeting between US Treasury Secretary Janet Yellen and Chinese Vice Premier He Lifeng at the Diaoyutai State Guesthouse in Beijing on July 8, 2023. Key economic officials from the United States and China concluded a two-day meeting on February 6, 2024 in Beijing, exchanging views on their domestic outlooks and speaking about worries such as overcapacity. (Photo by Mark Schiefelbein / POOL / AFP)/2024-02-07 02:30:06/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국이 ‘미국의 최대 수입국’ 지위를 멕시코에 내주게 됐다. 14년 만의 일이다.

7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의 2023년 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들여온 상품 수입액이 총 4272억달러로 전년 대비 20% 급감했다. 이에 비해 인접 멕시코에서의 수입액은 4.6% 늘어난 4756억달러를 기록하면서, 멕시코가 중국을 제치고 미국 최대 수입국이 됐다.

2017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탈(脫)중국 정책’이 7년 만에 중국 의존도 하락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 유럽 등 친(親)서방 진영의 중국 의존도도 낮아지고 있다. 반면 러시아·브라질 같은 자원 수출국이나 아세안 신흥국의 중국 의존도는 높아지는 등 세계 공급망이 ‘서방 진영 대 중국 진영’으로 나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저무는 ‘차이메리카’ 시대

미국은 2000년대 들어 저가 중국산 제품을 수입해 국내 물가를 낮게 유지하면서 ‘풍요로운 소비의 나라’를 이어왔고, 중국은 달러화와 미국 국채를 쓸어 담으며 부를 축적했다. 밀접한 교역을 통해 공생해 온 두 나라의 관계를,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는 2008년 ‘차이메리카(차이나+아메리카)’라는 신조어로 표현하기도 했다.

2008년 금융 위기를 맞아 미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휘청이는 사이, 중국은 저가 수출품을 앞세워 미국 시장으로 더욱 진격했다. 중국이 캐나다를 제치고 미국 최대 수입국 자리를 꿰찬 게 2009년이다. 이후 중국 수출품의 미국 장악력은 더욱 커져, 2017년엔 중국이 미국 전체 수입액의 21.6%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공화당의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중국이 미국에서 사상 최대 일자리 도둑질을 자행했다”며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중국 대표 IT 기업인 화웨이·ZTE와의 거래도 금지했다. 무역 전쟁의 막이 오른 것이다.

2021년 출범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행정부도 대중(對中) 고율 관세를 대부분 유지하는 등 보호주의 성향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엔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놓고 갈등이 격화하는 중이다. 작년 미국 수입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13.9%로 고꾸라졌다.

그래픽=이철원

◇서방 대 중국으로 “세계 경제 분단 진행 중”

중국의 빈자리는 멕시코 등 인접 국가가 메우고 있다. 멕시코의 강력한 무기는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자유무역협정(USMCA)이다. 이 협정 덕분에 멕시코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공급망 재편 필요성이 커지면서, 미국과 인접한 나라로 공장을 이전하는 ‘니어쇼어링’ 정책도 멕시코에 집중적인 수혜를 안겨주고 있다.

다만 멕시코 등지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엔 중국 기업이 상당수 섞여 ‘통계의 착시’를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기업이 멕시코, 베트남 등지로 생산 기지를 이전한 뒤 미국으로 우회 수출길을 뚫고 있다는 것이다. 2023년 중국의 대(對)멕시코 자동차 부품 수출량은 미·중 무역 전쟁 직전인 2017년과 비교할 때 2.6배 증가했고, 중국에서 멕시코로의 직접투자도 2022년 5억8720만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미국으로선 등잔 밑이 어두운 상황이다.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통신사 화웨이, 가전 업체 하이센스, 배터리 업체 컨템포러리 암페렉스 등은 이미 멕시코에 자리를 잡았다”며 “모두 (우회 수출을 의심받아) 미국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8년 이후 5년간 중국 무역 시장에서 미국(-2.5%포인트), 한국(-1.5%포인트), 일본(-1.7%포인트) 등 한·미·일 3국의 비율이 나란히 축소됐다고 보도했다. 독일(-0.5%포인트)과 영국(-0.1%포인트) 등 유럽 국가들의 비율도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2.6%포인트), 러시아(1.7%포인트), 브라질(0.7%포인트) 등 신흥국·자원 수출국 비율은 높아졌다. 니혼게이자이는 “세계 공급망이 서방 중심과 중국 중심으로 나뉘는 세계 경제의 분단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차이메리카(Chimerica)

중국(China)과 미국(America)의 합성어로, 미국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두 나라의 경제적 공생(共生)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처음 썼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으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해 달러를 벌어들이고, 미국은 국채를 중국에 팔아 재정 적자를 메우는 식으로 두 나라 경제가 상호 의존적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