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기업 일자리 비율이 미국의 4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7일 발표한 보고서 ‘더 많은 대기업 일자리가 필요하다’에서, 한국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대기업 일자리 비율이 낮고, 이것이 과도한 입시경쟁과 저출산, 수도권 집중 등 다른 문제들을 야기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KDI와 OECD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국내 일자리 가운데 250인 이상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14%에 그쳤다. 반면 독일은 이 비율이 41%에 달하며, 스웨덴(44%), 영국(46%), 프랑스(47%), 미국(58%) 등 주요 OECD 선진국들도 한국의 3~4배에 달했다.
국내 사업체 규모에 따라 근로조건은 큰 차이를 보였다. 2022년의 경우, 5~9인 사업체의 임금은 300인 이상 사업체의 54%에 불과했고, 100~299인 사업체의 임금도 300인 이상 사업체의 71%에 그쳤다.
임금 외 다른 근로조건에 있어서도 중소기업의 근로자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했다. 30인 미만 사업체의 경우 출산전후휴가제도가 필요한 사람 중 일부 또는 전부가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약 30%였으며, 육아휴직제도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약 50%에 달했다.
대기업 일자리가 부족함에 따라 여러 문제가 나타난다고 KDI는 분석했다.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입시경쟁이 대표적인 예라는 것이다. KDI는 “입시제도를 아무리 고쳐도, 입시경쟁은 줄지 않고 있다”며 “문제는 입시제도에 있지 않고 대기업 일자리의 부족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저출산 문제도 대기업 일자리의 부족과 관계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에서는 모성보호제도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인구의 수도권 집중도 결국은 비수도권에서 대기업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KDI는 분석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사업체 규모가 커야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 정부는 기업의 규모화(scale-up)가 원활히 진행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무수히 많은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들의 효과성을 점검하고 혹시 기업의 규모화를 저해하고 있다면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