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2명을 기록했다. 2022년 사상 처음 0.7명대로 떨어지며(0.78명) 전세계에 충격을 준데 이은 ‘출산율 2차 쇼크’다. 0.7명대의 출산율은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정도를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저출생은 생산 인구 및 성장률 하락과 직결되는 만큼 출산율 하락 추세를 반등시키지 못하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결국 소멸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0.72명까지 추락한 출산율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합계출산율)는 작년 0.72명을 기록했다. 2021년(0.81명), 2022년(0.78명)에 이어 초저출생을 이어간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0.72명이라는 말은 부부 100쌍(200명)의 자녀 수가 72명밖에 안 된다는 뜻이다. 200명이던 부모 세대 인구가 자녀 세대에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출산율 하락 속도는 최근 수년 사이 가팔라지고 있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 1.2명 안팎에서 옆걸음치다가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 연속 내리 하락했다. 작년 합계출산율을 시·도별로 보면, 17개 시·도 전부 0명대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그나마 세종(1.12명)은 1명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에는 모두 0명대로 주저앉았다. 서울(0.55명)은 2022년에 이어 전국에서 합계출산율이 가장 낮았다. 0.5명대로 떨어져 충격을 줬던 1년 전(0.59명)보다 더 떨어졌다. 시·도 가운데 서울 다음으로는 부산(0.66명)·인천(0.69명) 등 대도시에서 합계출산율이 특히 저조했다.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나이는 33세로 전년(32.8세)보다 0.2세 높아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2021년 기준 OECD 국가들은 첫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는 평균 나이가 29.7세인데 우리나라는 이보다 3.3세나 높다.
지난해 사망자 수는 전년(37만2900명)보다 2만200명(5.4%) 줄어든 35만2700명을 기록했다. 하지만 출생아에서 사망자를 뺀 인구 자연 감소는 2020년 이후 4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자연 감소가 처음으로 10만명을 넘겼고, 2023년에도 12만2800명 감소했다. 감소 폭이 2021년(5만7100명 감소)의 두배 이상으로 커진 상태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저출생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세계 252국 중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0.8명대에 진입한 나라다. 그리고 2년 만에 0.7명대 기록을 세우더니 이제는 0.6명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통계청은 올해 합계출산율이 0.68명대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출산율은 2013년부터 11년째 OECD 국가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OECD 38국 중 합계출산율 0명대는 한국뿐이다. OECD 평균(2021년 기준 1.58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령화로 ‘잃어버린 30년’을 헤매고 있는 일본(1.3명)보다도 낮고, 한국 제외 나머지 37국은 모두 1명 이상이다.
전세계 역사를 봐도 0명대 출산율은 실제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정도만 우리나라처럼 0.7명대 출산율을 기록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국립과학원 인구통계 및 사회연구소(IDSS)에 따르면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그해 합계출산율이 0.9명으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에는 0.7명까지 낮아졌다. 이외에 유럽이나 일본 등도 1명대 초반대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1미만으로 떨어진 사례는 없다.
초저출생 추세로 인해 한국이 급속한 인구 절벽에 직면했다는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인구가 현상 유지되는 데 필요한 출산율(인구대체수준)은 2.1명인데, 한국은 1983년 이 기준 아래로 떨어진 후 회복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상태면 총인구가 계속 줄 수밖에 없다. 2021년 자연 감소에 더해 해외 유입 인구마저 순유출(유출이 유입보다 많은 것)로 돌아서며, 1949년 인구 총조사 시작 이래 72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로 돌아선 상태다.
서울대 경제학부 이철희 교수는 “현재 추세적으로 출산율이 반등을 할 여건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출산율 하락의 상수인 결혼 진입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다”며 “지금 우리 정책은 결혼을 한 뒤 아이를 낳는 것에 집중돼있다. 애 낳으면 출산장려금 주고, 다자녀 혜택 주고. 육아휴직 늘린다고 하는데 이러한 조치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원래부터 아이를 낳을 생각이 있던 기혼자들이다. 그 비율 자체가 적고, 굳이 정책이 아니더라도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