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와 간병 등 돌봄 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활용하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5일 한국은행이 KDI(한국개발연구원)와 공동 주최한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발표한 ‘돌봄 서비스 인력난·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10시간 이상 전일제 가사·육아도우미를 쓸 경우 관련 비용이 월 264만원에 달했다. 이는 가장이 30대인 가구 중위소득(모든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인 509만원의 50%를 넘는다. 한 달 소득의 절반 이상을 도우미 월급 주는 데 써야 한다는 뜻이다.
또 지난해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65세 이상 고령 가구의 중위소득인 224만원의 1.7배 수준이다. 고령 가구의 한 달 소득으로는 간병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높은 부담이 비자발적인 요양원 입소, 여성의 경제 활동 제약, 저출산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돌봄 서비스직 노동 공급 부족 규모는 2022년 19만명에서 2042년 61만~155만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로 인한 가족 간병(informal care)의 증가는 2042년 46조~77조원, 즉 국내총생산(GDP)의 2.1~3.6%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것으로 추산했다.
인력난을 감안할 때 외국인 노동자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보고서는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때 비용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개별 가구가 사적 계약 방식으로 외국인을 직접 고용해 최저임금 적용을 비켜가거나 고용허가제를 확대하면서 돌봄 서비스업에 대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법 등을 제시했다.
한은과 KDI는 이날 세미나에서 획일적인 최저임금과 과도한 정규직 보호 같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동철 KDI 원장은 “노동시장 구조가 변화하지 않는 한 사교육, 입시 경쟁, 출산율 문제까지도 개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창용 총재는 “우리에게 이미 낮게 매달린 과일(low-hanging fruit)은 더 이상 없고, 높게 매달린 과일을 수확하려면 어려움이 수반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을 손쉽게 따내는 시대는 지났다는 뜻이다. 그는 “우리 사회는 아직 이런 공감대를 정책화하고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구조개혁 과정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의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고 단기적 고통이나 희생이 수반되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