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도 안전하고 신선한 우리 농산물을 쿠팡이나 마켓컬리처럼 지역별로 ‘로켓배송’할 수 있게 만들 겁니다.”
지난달 11일 취임한 강호동(61) 제25대 농협중앙회장은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농협이 책임지고 신뢰할 수 있는 우리 농산물 유통망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구체적으론 전국 지역 농협이 세운 APC(농산물 산지 유통센터) 444곳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강 회장은 “이 같은 물류 혁신으로 지역 소비자들과 연결되면서 우리 농민들의 소득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농산물 물류 혁신 이끌겠다”
-유통의 효율성은 어떻게 높이나.
“예를 들어, 충남 금산의 만인산농협 APC는 인근 지역 농협 30여 곳과 협업해 지역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100품목이 넘는 농산물을 수집하고, 적재적소로 공급해 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APC는 농산물 입고부터 출하까지 과정을 수작업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몇 가지 품목만 거둬들여 가공·포장한 뒤 도매시장 등에 공급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이들을 전산망으로 연결하면 만인산농협 APC 같은 유통 거점으로 만들 수 있다.”
-구체적 방법이 궁금하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연간 200억원 이상의 농산물을 취급할 수 있는 APC 76곳의 농산물 재고와 품질 선별 결과 등 데이터를 자동으로 농협 전산 시스템에 연결하는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이 시스템에 접속하면 개별 APC들의 수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지역 하나로마트에서 상추가 필요하면, 서울 가락시장에서 매입하는 게 아니라 인근 APC에서 신속하게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자와 농협을 직접 잇는 방안은.
“전국 711곳에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이 설립돼 있다. 농민이 자기 지역의 농산물을 관광객 등에게 직접 파는 곳이다. 마케팅비 등에 무이자 자금 7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아직은 4곳뿐인 도심형 직매장을 내년까지 20곳으로 늘리겠다. 라이브 커머스 등 농민의 온라인 판매도 활성화하겠다.”
◇“‘돈 버는 농업’ 만들어야 농촌 살아”
-고령화 등으로 농촌이 위기다.
“돈을 못 벌면 결국 다 떠난다. ‘돈 버는 농업’을 만들어야 한다. 농민들이 농사만으로 버는 소득이 연평균 1000만원에 그친다. 농촌 관광이나 농산물 직거래 등 다른 일로 버는 소득에 정부 지원을 더해 3000만원쯤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게 농촌 현실이다. 농사 소득을 3000만원까지 끌어올려 연 소득을 6000만원으로 높이면, 농촌이 다시 활기로 가득 찰 것이다.”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한 계획은?
“무이자 자금 20조원을 투입해 유통 등 지역 농협의 경제 사업을 활성화하겠다. 기존 자금이 13조원 정도 되는데, 여유 재원을 모아 7조원을 더 채워 넣을 것이다. 단위 조합마다 200억~500억원씩 지원할 여력이 생긴다. 지역 실정에 맞는 경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지역 농협 지원을 강화한다는 건가.
“지역 현실을 잘 아는 건 지역 농협이다. 지역 농협의 여러 사업이 활성화되면 농민들이 돈을 벌게 되고,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 현재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에 분산돼 있는 지역 농협 지도·지원 기능도 중앙회로 일원화할 것이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 가치 공유해야”
-농협중앙회가 금융 지주에 간섭이 심하다는 지적도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중앙회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뚜렷한 주인이 없는 다른 은행 지주와 다르다. 농협금융지주도 농협의 일원으로 농협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해야 한다. 농협금융지주에 사고가 난다면, 책임지는 것은 농협중앙회다. 적정한 선에서 농협중앙회가 관리하는 게 당연하다.”
-농산물 값 상승 부담이 크다.
“지난해 이상기후에 시달렸던 것에 비하면, 올해는 아직 냉해 등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90만톤이던 사과와 배, 배추, 토마토 등 18품목에 대한 수급 안정 사업 물량을 내년 120만톤으로 확대할 것이다. 공급이 과다해 문제가 되는 작물도 있는데, 대표적인 게 쌀이다. 임기 내 쌀 소비 촉진 운동을 강화하겠다. 막걸리 등 전통주를 적극 개발해 쌀 소비량을 늘려 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