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일본 도쿄의 한 외환 시세판 모니터에 엔·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엔화 가치는 달러당 160엔까지 떨어지면서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AP 연합뉴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29일 장중 160엔을 넘어서 1990년 4월 이후 34년 만의 최고치(엔화 약세)를 기록했다. 지난 24일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는 155엔대가 뚫린지 불과 5일 만에 160엔대까지 무너진 것이다. 엔화 가치는 일본 경제의 거품 붕괴와 장기 불황을 상징하는 ‘잃어버린 30년’에 들어서기 직전 수준으로 떨어졌다.

29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오전 한때 160.21엔을 기록했다가 오후에는 155엔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교도 통신은 시장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엔화 가치 급락에 불을 붙인 건 일본은행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연 0~0.1%로 동결한 이후 기자회견에서 엔저에 대해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에 큰 영향은 없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일본은행이 엔저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로 외환 시장에 받아들여졌고, 엔저와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엔화 약세는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전망과 중동 불안에 따른 강달러 현상에 기인하지만, 엔화 평가절하는 유독 가파르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올 들어서만 12.38% 하락해 원화(-6.77%), 유로화(-3.37%), 캐나다 달러(-3.26%), 위안화(-2.06%), 파운드화(-1.9%) 등 주요국 통화 중 절하 폭이 가장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