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장관과 제이슨 매서니.

“AI(인공지능) 기술은 원자력 기술처럼 통제 속에서 쓰여야 합니다.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1%에 불과한 AI 칩의 생산·유통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랜드연구소의 제이슨 매서니 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23일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기술, 국가안보, 미중 경쟁 시대 지정학의 미래와 그 너머’ 세션에서 AI 기술이 국가 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ALC 참석을 위해 처음 방한한 매서니 CEO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기술·국가안보 담당 부보좌관,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국가안보 담당 부국장, NSC 기술·국가안보 담당 조정관을 지낸 미국 최고의 AI 및 기술안보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미국 정부가 2022년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나 AI 칩 등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한 데 이어 작년 10월엔 저사양 AI칩 수출까지 금지하는 등 통제 수위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 “중국은 AI 칩을 이용해 구금자들을 원격 통제하는 일 등을 벌이고 있다”며 “AI 칩은 원자력발전소처럼 제조·생산 시설 구축에 수조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고, 이걸 해낼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이기에 AI 칩의 생산·유통을 선제적으로 통제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매서니 CEO는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무렵엔 전 세계 R&D(연구개발) 비용의 절반을 썼는데, 이제는 한국과 ‘파이브 아이스’(미국과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5국 군사 정보 동맹)의 R&D가 전 세계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중국은 자체적인 R&D는 강력하지만 국제적으론 고립되어 있다. 미국은 안보 동맹국인 한국과의 기술 협력을 앞으로도 중요하게 여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늘날 전체 반도체의 99%가 상용이고 1%만 국방용으로 쓰이지만, 이 1%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해킹이나 무기 생산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이런 기술들은 높은 담장을 쌓듯이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세션에 함께 참여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한국 정부도 AI 기술의 이점과 더불어 위험성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AI안전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국제적인 AI 규범 마련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