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올해로 도입 20년째를 맞은 종합부동산세 개편 논의가 정치권에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종부세 강화를 주장해온 야당의 입장 변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와 고민정 최고위원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실거주 1주택 종부세 면제와 총체적 재설계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종부세는 노무현 정부가 2005년 “집값을 잡겠다”며 도입했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주택 소유자에 대한 징벌적 세금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집값이 높은 수도권과 대도시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지방 유권자들의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중앙정부는 약 46조6000억원의 종부세를 걷었지만, 한 푼도 쓰지 못하고 모두 지차체 예산으로 지급했다. 종부세를 둘러싼 5대 논란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정리해봤다.

그래픽=박상훈

Q1. 왜 실패했다는 평가 받나

집값 급등에 ‘징벌적 과세’ 빌딩·상가에는 부과 안 해

전문가들은 종부세가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도입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종부세는 실패했다. 종부세를 도입한 노무현 정부와 세제를 강화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집값이 크게 오른 게 결정적 증거”라고 했다. 박 교수는 또 “세금으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개념 자체가 잘못됐다”고 했다.

종부세가 조세의 기본 원칙에 어긋난 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보유세(재산세+종부세)의 원칙은 주민들이 세금을 내고 대가(편익)를 얻을 수 있는 ‘편익 과세’다. 세금으로 지역에 도로를 깔고 지하철을 만들고 학교를 지으면 집값이 오르는 편익을 받으니까 주민들이 세금을 지역에 내는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편익을 받게 되니까 지역에 내는 구조라서 우리나라를 제외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주택 보유세를 지방세로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주택 시장 안정화라는 미명하에 징벌적 과세 형태를 만드는 ‘과욕’을 부렸다”고 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종부세는 비싼 집에 사는 사람을 투기꾼으로 가정한 것인데 정작 빌딩이나 상가 등은 과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제도”라고 했다. 종부세법에 따르면, 주택은 건물과 토지가 모두 과세 대상이지만, 빌딩이나 상가처럼 주택이 아닌 건물은 토지에 대해서만 종부세가 과세된다. 특히 건물 부속 토지의 경우 합산 공시가격이 80억원을 넘어야 과세 대상이다.

Q2. 기형적 세금 비판받는 이유는

지방세인 부동산 보유세를 정부가 걷는 곳은 한국뿐

노무현 정부는 종부세를 도입할 때 ‘지방 균형 발전’이란 명분을 붙였다. 고가의 주택이나 토지에 대해 국세 형태로 종부세를 걷어 지방 재정에 쓰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19년간 정부가 ‘국세’ 명목으로 걷은 종부세는 전액 지자체로 갔다.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교부금’이라는 이름으로 전액 지방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17개 시·도의 재정 여건과 지방 세수 등을 고려해 지역별 배분 비율을 정하는데, 작년의 경우 경북과 경기가 각각 전체 교부금의 10.6%를 가져가 가장 많은 부동산교부금을 타갔고, 이어 전남(10.2%), 서울(9.6%), 강원(8.2%) 등의 순이었다. 교부금을 가장 많이 타간 경북에서 걷힌 종부세는 전년 기준 전체 세액의 1.4%에 그친 반면, 서울에서 걷힌 종부세는 46.1%에 달했다.

전액 지방정부 예산으로 쓰이는 부동산 보유세를 중앙정부가 걷어서 지방에 나눠주는 것 자체가 한국에만 있는 기형적 세금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훈 교수는 “중앙정부가 나서서 부동산 가격이 높은 지역 사람들에게 돈을 걷어 지자체 재원을 마련해준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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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野는 왜 완화·폐지 주장하나

주택 한채뿐인 중산층의 표심 잡으려는 조치인듯

종부세 개편을 주장한 야당 지도부가 모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출신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서울에서 웬만한 30평대 아파트까지 종부세 대상이 되면서 중산층 표심이 야당을 이탈했다는 것이다. 박훈 교수는 “종부세 과세 대상이 늘어나면서 표심이 움직이는 것에 대한 (야당의) 걱정이 컸을 것”이라며 “대선 패배의 원인으로 선거의 승부처인 수도권의 중산층을 못 잡았던 것에 대한 자성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1주택자의 경우 단독 명의는 공시가격 12억원(시세 약 17억4000만원) 초과, 부부 공동 명의는 18억원(시세 약 26억원) 초과 주택이 과세 대상인데 이들의 저항감을 고려한 조치라는 것이다. 김우철 교수는 “학군이 좋고 교통이 좋은 주택 하나 가진 걸 갖고 부자라고 손가락질할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라며 “보유세를 투기 주범 잡는 형태로 가져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생긴 것이라면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Q4. 종부세 폐지 공약, 왜 제자리

재원 감소 지자체들 반발… 부자 감세 프레임도 발목

윤석열 대통령은 종부세의 장기적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수조 원대의 종부세를 부동산교부세로 나눠 갖는 지자체들이 반발할 가능성 때문에 정부가 과감하게 폐지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창남 교수는 “못사는 지방은 종부세를 없앴다간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종부세가 일종의 ‘부유세’로 인식된 점도 정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박훈 교수는 “보유세는 보유한 대상의 가치가 올라가는 데 따른 과세로, 잘살고 못살고는 관련이 없다”며 “우리나라는 종부세를 부유세로 인식하면서 ‘부자 감세’ 논란 프레임에 갇히게 됐다”고 했다. 김우철 교수는 “정부 출범 초기에 기회가 있었지만, 공무원 출신 참모들이 (세금을 매기는 과세표준을 정하기 위해 공시가격에 곱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나 공시가격을 낮추는 ‘조정’을 하는 수준의 점진주의를 택한 결과”라며 “(국회 법 개정을 거칠 필요 없이) 정부 시행령으로 바꾼 것이라 어느 정부든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있다”고 했다.

Q5. 폐지땐 재산세 강화해야 하나

재산세 세율은 높이되 보유 부동산 건별 과세를

전문가들은 종부세를 폐지하고 지방세인 재산세로 보유세를 단일화해야 한다고 했다. 박훈 교수는 “종부세를 폐지하면 재산세는 높이는 방식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고, 결국 종부세 폐지와 맞물려 정치권의 재산세 정비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개인별 과세라 한 명이 몇 채의 주택을 갖느냐에 따라 많게는 최저 세율(0.5%)의 10배인 5%의 세율을 적용받는 현재의 방식이 아니라 주택이나 토지 등 보유 부동산별로 과세하는 재산세 방식으로 통일하되 주택분 재산세의 세율(0.1~0.4%)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서울 압구정 50억원 아파트 지닌 사람과 수도권 이외 지역의 3억원 아파트 10채를 갖고 있는 사람 중에 누가 더 투기꾼이냐”고 반문했다.

1가구 1주택 보유자에 한해 종부세를 폐지하는 방안이 전세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서울 강남의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라는 신호를 정부와 정치권이 주는 셈”이라며 “다주택자들이 없어지면 전세나 월세 매물이 씨가 말라 전월세난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우철 교수는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들은 임대 주택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고, 이렇게 제공되는 임대 시장에서 각자 형편에 맞춰 보금자리를 구하는 것”이라며 “집을 여러 채 갖고 있으면 다 투기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는데, 임대 공급자와 투기 수요를 구분해야 해야 한다. 투기는 말 그대로 가격이 오를 것만을 전제로 구입하는 경우”라고 했다.